시간은 새벽 5시. 아이와 평소와 다름없이 곁에서 자던 남편은 아이에게서 열이 느껴졌나 보다. 체온계를 후다닥 들고 와 확인 후 나를 흔들어 깨웠다.
지난 봄날씨의 따뜻했던 일요일.
오후 늦게까지 밖에서 친구들과 공놀이를 한 후 목이 쉬어서 들어온 아이. 저녁부터 시작된 기침소리가 예사롭지 않았었는데.
느낌이 쎄했다. 뭔가 왔다.
우선 해열제를 급히 약통에서 꺼냈다. 아이의 몸무게 37킬로 대비 12미리 부루펜을 먹였다.
그리고 이불을 걷고 옷을 팬티와 러닝만 남겨두고 다 벗긴 후 미지근한 물에 담근 수건으로 온몸을 닦기 시작.
아이는 오한으로 오들오들 떨고.
그렇게 월요일의 아침 해가 밝아왔고 6시 반. 한 시간 반이 지났지만 열은 그대로 40도.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해열제의 다른 계열인 콜대원 아세트아미노펜 시럽 12미리로 교차복용했다.
30분 후, 39.6. 1도가 떨어졌다. 이건 좀 곤란한데.
우선 학교담임샘께 결석을 알리는 문자를 보낸 후, 근처 소아과 병원예약을 알아봤다.
보나마나 월요일 아침에 병원은 언제나 박 터지는 날.
얼마 전부터 엄마들 사이에 감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와 더불어 병원도 대기가 기본 1시간 반이라는데.
남편은 출근했고 난 몸무게 37킬로의 아이를 어릴 때처럼 번쩍번쩍 안고 데려갈 수가 없으니 고민하다 우선 옷을 주섬주섬 입혔다. 주차장까지 어찌어찌 힘이 다 빠져버린 아이를 부축해 데려가 차 뒷좌석에 눕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주차장이 있는 3분 거리 병원주차장에 들어간 시간은 병원문을 열기도 전인 8시 10분.
주차가 가능한 차는 딱 10대 정도.
평소 항상 꽉 찬 주차장을 돌아 다시 나간 적이 여러 번이라 이렇게 머릴 굴려 일단 차에게 대기.
007 작전도 아닌데, 남편은 회사버스 안에서 내가 주는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일 예약만 받는 병원시스템으로 오전진료 예약은 8시 40분부터이니 나의 똥손보단 남편의 금손을 오늘도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차에 앉아 열에 취해 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도전!
8시 39분에 똑딱 사이트(병원예약 어플)에 들어가 준비땅! 뭘 확인하는 질문박스가 이리도 많은지. 클릭클릭! 금쪽같은 2분이 지체되고 결국 내가 해낸 번호는 43번.
우리 앞에 42명 대기로 우리의 순번이 나왔다.
아. 이것 참.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할 것인가. 깜깜해진다.
잠시 후 통화로 남편의 도전 번호를 확인해 보니 22번.
나의 번호에서 21명을 재끼고 그나마 백배나은 번호를 할당받은 금손 남편.
우리에게 1시간을 앞당겨주신 당신은 진정 짱이십니다.
그렇게 주차장이 꽉 차고도 2시간 가량을 차에서 기다린 끝에 10시가 되었고 우리 앞에 3명이 대기 중인 상태로 아이를 깨워 병원으로 올라갔다.
병원은 그야말로 북새통.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간호사샘의 이름 부르는 소리들. 작은 개인병원이 정말 바글바글 아픈 아이들과 부모들로 꽉 차있었다.
순서가 되어 들어가자 바로 코로나검사와 독감검사를 실시. 아이는 갑자기 코를 연달아 2번 찔려 고통스러워했고 10분 뒤 결과는 코로나 음성, a형 독감 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