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 Dec 14. 2022

그땐 엄마가 그냥 너무 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죄책감은 접어두자.

둘째를 포기했다.


쉽진 않았다.

남편은 그냥 기본적으로 아이를 너무나 좋아하는 1인. 조카들이 삼촌을 보면 달려와 안겼고 자기 아들에겐 매일 설렘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었다.

난 뭐 쉬웠겠는가.

25개월부터 매일 도시락을 쌌다. 아이는 정기적인 병원 검사를 받았고 네 살 때 아나필락시스(쇼크)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던 남편은 이날 함께 병원행을 한 후에야 끄덕였다. 그리고 난 다짐했다. 아이를 위해 평생 도시락을 싸고 핸드폰을 두 손에서 절대 놓지 않으리라.

또한 어느새 아이의 유치원 때도,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점심시간쯤엔 나도 모르게 긴장하는 습관이 들게 되었다.





아주대 병원 소아과 검사실. 우리 포함 세 팀이 대기 중이다.

오늘은 음식 알레르기 면역치료 단계 중 반응 유발검사날. 아이의 쇼크 증세 시 바로 응급처치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7세인 내 아이는 정확히 50분의 1 수치로 계란이 들어간 파리바게트 모닝빵 한 개 먹기 미션을 받았다.


다른 한 명의 유당(우유성분)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는 한참 어린 세 살 정도로 보였다.

허락된 양의 알레르기 음식을 먹곤 바로 옆에서 쇼크 증세인 아나필락시스결국 응급처치를 받고 다른 병실로 실려나갔다. 그 아인 오늘의 실패로 갈길이 멀어져 버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분명 집에서 무장하고 온 내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시작도 전에 너무나 무서웠고 떨렸던 맘을 아이 앞에선 애써 감췄었다. 부모니까.



"ㅇㅇ어머니. 오후 시간은 아이가 쇼크가 왔을 때 새벽까지 병원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많아서 오전 검사가 나으세요. "라는 간호사의 조언을 듣고 아침부터 정신 무장한 채 내원한 병원.


드디어 우리 차례다.

7살까지 남들 다 먹는 햄버거, 피자, 케이크를 한 번도 태어나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던 아이. 그토록 다른 아이들이 먹는 빵을 자기도 먹어보고 싶다며  내 앞에서 소리쳐 울던 아이.

아이 주먹만 한 모닝빵 1개를 정말 맛있게.. 그렇게 그 살벌한 병원 검사실에서 아이는 먹었다.

그리고 반응시간 5분.

.. 괜찮았다. 컨디션도.

의료진은 아이의 상태를 점검한 후 기록하고 다시 두 번째 시도. 성공이었다.

그렇게 그날 아이는 처음 먹어본 모닝빵을 5개나 배불리 먹고 미션 종료.

  

 




생후 5개월부터 시작된 음식 알레르기 검사는 6개월마다 그렇게 내 아이의 생때같은 피를 뽑아댔다.

음식 알레르기 검사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MAST검사와 CAP 검사.

보통 마스터 검사는 거의 모든 소아과, 피부과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신뢰도가 매우 낮아 큰 범주만 걸러낸다고 보면 된다. 거기서 수치가 심각한 종목이 나오면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한 캡 검사를 할 수 있다. 캡 검사는 종목이 매우 디테일하고 가짓수도 몇 가지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신뢰성은 90프로 정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계란 흰자, 노른자, 아몬드, 땅콩, 호두. 이런 식으로 종목을 의사와 의논해 정할 수 있다. 보험적용도 된다. 견과류의 경우는 교차반응(비슷한 것끼리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을 보일 수 있지만, 알레르기 수치가 다를 수 있어 종류에 따라먹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7세가 되어서야 드디어 계란 종목이 통과되었다!

2세땐 돼지고기, 갑각류, 견과류, 계란, 복숭아 등등이었다가 하나씩 그 수치가 떨어져  견과류를 뺀 종목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남은 건 견과류. 땅콩은 반 알정도부터 적응 시도 가능해졌고 불가능한 것은 호두와 아몬드. 11세가 된 지금, 땅콩과 아몬드는 몇 년간의 복용 적응의 시도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사실 어떤 검사도 100프로 신뢰도를 가진 것은 없다. 그저 아이에게 먹여보는 게 정답. 하지만 너무나 위험하기에, 검사 후 가능한 수치가 되었을 때 시도해보는 게 가장 안전하다.

알레르기 유발 음식은 검사 후 수치가 떨어져 가능해질 때까지는 무조건 100프로 차단이 정답이고 기본 치료다. 참고로 섭취후 2분안에 보통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란 심각하고 치명적인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다. 주요 반응은 온몸 두드러기, 목젖 부어오름, 기도 부음으로 오는 호흡곤란등이다.



아이는 이제는 먹을 수 있게 된 음식들을 스스로 거부한다.

태어나 7세까지 먹어 본 적 없는 맛과 식감, 100프로 차단했던 음식이었기에 싫어져 버린 맛이 되었나 보다.

하지만 억지로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그냥 그땐.. 아니 사실 지금도 그저 미안할 뿐.



(그림출처:pixbay.kr)




매거진의 이전글 네살의 세상 끝 경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