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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Feb 13. 2024

포. 너와의 대결은 외나무다리에서 시작되었다.

긴장감과 떨림의 순간.

앗. 이런.

 절친 이를 볼링장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것도 강습을 받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되다니.


방학 때 같이 볼링교실에 들어가 보자고 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각자 사실은 말없이 다른 곳에서 볼링 개인강습을 받고 있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이건 누구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어쩌면 비밀스럽게 아무도 모르는 신기술을 나만 연마하고 있다가 언젠가 보여줄 정도의 수준급이 되면 짜잔~하고 나타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한순간 날려버린 느낌.

한마디로 바람 빠진 풍선이 푸시하며 날아가 버린 그런 느낌이었다.


거기다 비밀스럽게 혼자 몰래 맛난 걸 먹다 걸린 듯 살짝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도 안 나오는 약간은 뻘쯤 머쓱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우린 각자 다른 레인에서 볼링을 면서도 살짝 슬쩍 서로를 곁눈질해 가며 은근히 상대의 실력과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게 되었고.

그리고 잠시뒤, 무언의 눈빛싸인을 서로 주고받고는 볼링장 뒤쪽 하우스볼들이 여있는 곳에서 만나 우리는 조용히 다음 주 볼링 대결 한판으로 누가 더 센지 진정한 승자가리기로 결정한다.


마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우린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승부  그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볼링장에서 맞붙게 된다.






엄마들끼리 연락을 서로 주고받은 가운데 다음 주 화요일 오전 11시. 드디어 최종허락이 떨어지고 이와 난 그렇게 볼링이란 핫한 종목으로 세기의 당당한 진검승부, 볼링 실력 대결을 한판 펼치게 되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 속에 그날의 패자는 참가 및 응원한 전원(엄마들, 동생도 포함 총 5명분)에게 순수 백 프로 자신의 용돈으로 음료수 쏘기! 빠밤!


그날이 다가오기까지 나 오성군은 매일매일 볼링장을 출석체크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칼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의 해는 떴고 우리의 대결날이 다.

30분 전에 도착한 난 몸풀이로 가볍게 볼링시합 전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친구 이는 이날이 볼링강습 마지막날로 한 시간 전에 와서 강습을 받고 바로 시합에 돌입하기로 한 상황.


떨리는 시합이 시작된 가운데 각 팀 엄마들의 열렬한 응원과 준이의 한 살 아래 여동생도 함께 참여하였다.

첫 스타트는 나.

출발선에 서서 심호흡을 가다듬고 연습 때처럼 스탭을 하나 둘 셋 간 후 자신감 있게 투핸드로 마이볼을 힘껏 던졌다.


결과는 두두두두두..

그야말로 완벽한 나의 승리요, 이날은 나 오성군의 최고점수를 갱신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 내 실력을 완벽히 보여줬고 당당하게 멋진 승부로 대결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191점!!

작년 12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볼링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고, 4회(1월 동안 주 1회)의  강습을 받으며 여기까지 온 나.

너무나 만족스럽고 뿌듯하며 이날, 이 순간의 기분은 말로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최고였다!

그렇게 연속 다섯 게임정도를 이겼 이변 없이 대결은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 이가 쏘는 시원하고 맛있는 음료수를 모두가 함께 마실 수 있었다.

  

이는 다음번 대결을 도전하겠다며 씁쓸하게 빠이하며  돌아섰고 난 하루종일 입이 귀에 걸린 채 회사에서 문자중계를 받던 아빠에게 자랑했다.

그리고 더 큰 도전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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