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4번. 월, 금, 토, 일요일 볼링장을 가기로 한 엄마와의 약속은 기억 속에 사라진 지 이미오래였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매일 아침 가격이 싸고 가까운 마이볼링장이 문을 열면 달려가 여덟 게임은(사실은 더하고 싶지만) 치고 그다음 오후 학원스케줄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난 엄마와의 숙제 딜(거래)에 들어가게 되고.
아침에 볼링을 가기 위해선
첫째, 전날 저녁에 숙제를 많이 많이 하고,
둘째, 아침 일찍 일어나해야 할 일(독서, 또 숙제, 하루공부)을 모두 다 한다.가 기본조건.
이렇게 되어 아침 볼링시간 확보를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된 것!
최근 숙제가 늘어난 중학수학은 어렵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결국 이것이 가장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으로 어느 날은 밤 12시까지, 또는 아침 7시 반부터 10시까지 수학만으로 시간들을 꽉 채우는 날들이 생기고 말았다.
일차방정식의 활용은 정말 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으로 자존심 내려놓고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도 어김없이 난 볼링장을 간절히 가고 싶었기에
다른 공부를 먼저 끝내고 밤 9시부터 시작한 수학숙제.
소금물의 양, 농도문제는 절대 이해되지 않았고, 거리, 속도, 시간도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총일의양에서 누가 얼마나 일했는지 식은 또 어떻게 세우는 건지 깜깜한 상황.
그렇게 시작된 오늘의 엄마찬스!
개념부터 살펴보고 방정식의 식 세우기를 하며 너무 힘든 고비가 올 때마다 엄마는 곁에서 도움을 주었고시간이 너무 늦어지자 네게 말했다.
그냥 내일 볼링은 하루 쉬자고.
그리고 수학 선행반도 레벨을 낮춰 한 단계 낮은 반으로 가자고. 그래도 정말괜찮다고.
내가 안 괜찮았다!
내일 난 볼링장을 갈 것이고, 힘들지만 좋아하는 친구와 하는 수학 선행반도 계속할 것이라고 짜증을 내면서도 그렇게 수학숙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고고.
결국 밤 12시까지 수학숙제를 하고도 못 끝냈고, 다음 날 아침 7시 반부터 다시 시작. 2시간 반이 지나 10시까지 하고서야 비로소 모든 걸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총 5시간 반. 난생처음 겪어보는 수학공부 시간이었고 정말 이건 인간승리였다!
아침 10시 반. 당당하게 볼링장으로 고고했고 신나게 볼링을 치며 스트레스도 싹 날려버렸다! 그리고 오후에 간 수학학원.
나보다 수학머리가 좋아 항상 빠르게 문제를 풀고 오답도 많지 않아 매번 칭찬을 받던 친구 지원이가 이번 단원은 어렵다고 별표에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못 풀고 가져온 숙제들. 그 속에 난 엄마에게 도움받은 어젯밤과 오늘아침 수학숙제를 정말 미친 듯이 하며 그 어렵던 개념들이 지금은 머릿속에완벽하게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항상 수업 후 보는 단원 시험까지 제대로 끝내자 그 뒤 선생님의 칭찬이 따라왔고 수학머리가 나에게도 드디어 생긴 그런 느낌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