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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만 사는 정아씨 Oct 30. 2022

You’re lucky!

잊지 말자, 일상의 소중함


난 항상 내 인생에 행운은 없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쉽게 가는 길도 나에겐 늘 막혀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2022년 올해 ‘나는 정말 재수가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새해부터 안 좋은 일들만 겪으면서 '도대체 왜 나에게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야심 찬 계획을 품고 워홀을 왔다가 코로나로 막혀버린 것부터 나는 내가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새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택시를 잡아 내렸는데 엉뚱한 곳에 내려서 불꽃놀이는 커녕 다시 돌아가는 길도 택시가 안 잡혀서 한참을 헤맸다.


그리고 그날부터 엄청 아팠는데 그날 함께 한 사람들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이방인에 불과한 내가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코로나에 치료제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1월 1일부터 집에 틀어박혀 힘든 새해를 보냈다.




아는 언니가 브리즈번에서 멜버른으로 넘어오면서 같이 저녁을 먹게 됐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부대시설에 바비큐 할 수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 룸이 있어서 그곳을 예약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고기를 한 3줄 구웠을 때였나.

갑자기 삐삐 삑 알람이 울렸다.

화재 경보가 울린 것이다.


호주는 화재 경보가 울리면 바로 소방관들이 출동하는데 그게 잘못된 경보면 화재 경보가 울리게 만든 사람이 벌금을 내야 한다.


나는 울리자마자 바로 로비로 뛰어가서 불난 게 아니라고 오작동이라고 말했지만 발 빠른 호주 소방관들은 바로 출동해버렸고, 3분도 안돼서 소방차 소리가 들렸다.


다이닝 룸에 붙어있던 벌금 안내문에 적혀있던 벌금은 5000불..


고기 구워 먹다 5000불을 날리게 된 것이다.


이날은 결국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연초부터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억울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났다.


다행히 안내문에 있던 5000불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아니고 2600불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이것도 다이닝룸에 있던 환풍기가 고장 나 있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우리 잘못이라고 벌금을 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재수 없는 일만 연달아 터지니 힘이 쭉 빠졌다. 그리고 그 후로 모든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올해는 참 재수가 없다며 의미 부여까지 하게 됐다.


날씨가 화창하다가도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비가 온다거나, 남들은 다 보는 드론 쇼도 내가 갈 때마다 날씨 문제로 취소됐다는 방송이 나왔다. 잘 운행되던 트램도 내가 집 갈 때 알 수 없는 이유로 끊겨 버리고, 호주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걸 먹어보자고 미슐랭 받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 그 레스토랑과 사이트가 연결된 다른 곳으로 예약이 돼서 기분도 망치고.


거기다 최근에 일을 구했는데 사장이 여러 명인 곳이어서인지 시스템이 이상하게 굴러가서 스케줄을 매번 이상하게 통보받고, 시급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아서 그만두게 됐다.


이런 일만 계속되다 보니 더욱더 내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던 중, 어학원에서 만난 태국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내가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그 친구는 자기 나라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왜냐고 물으니 그 친구는 오히려 나에게 너는 너희 나라가 좋냐고 되물었다.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태국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You’re lucky!”



어쩌면 내가 한국에 태어난 것, 그리고 내 나라, 한국을 사랑하는 것.


그것만으로 나는 누군가에겐 운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늘 나를 사랑하고,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말들을 새기던 내가 정작 아주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살면서 누구든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재수 없는 일들이 있는 반면 나에게도 운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는데 나는 계속해서 잘 안된 것들, 안 풀리는 것들에만 집중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는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행운’.  


하지만 나는 행운을 찾느라 행복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실 나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가 찾는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지만 그 네 잎 클로버 옆에 널려있는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찾지 세 잎 클로버를 찾진 않는다.


이처럼 행운을 찾느라 행복을 놓친다는 이 교훈의 주인공이 나였을 줄이야.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더욱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에 집중하며,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202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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