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38
삶의 모든 색/리사 아이사토 글 그림/김지은 옮김
삶의 모든 색
몇 년 전 친구가 성경책을 선물해 주었는데 완독을 못하고 미뤄둔 채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올해는 '하루 다섯 장 읽기'라는 조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 읽고 놀자며 몇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에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기로 했다. 묵직하고 진중한 책 사이 그림책 읽기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마음을 간질인 시간이었다.
아이의 삶에서 소년이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 권의 그림책이면서 사람의 일생을 담은 책이다.
두 면을 가득 채운 그림에 글은 한 문장이다. 그것도 때로는 지극히 짧은. 말을 아껴 그림을 돋보이게 했지만 그렇다고 글이 품고있는 의미가 결코 얕지 않다. 글이 있어 그림이 더 곡진하고, 그림이 있어 글의 의미가 더 돌올하다.
작가는 아이의 삶에서 "하지만 당신이 그 시절에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와 기나긴 삶에서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를 반복한다. 결국 이 문장에서 울게 된다. 사랑받았던 느낌보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느낌에 갇혀 우리는 오래 아파하고 오래 방황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긴 삶의 여정이 순간이었음을, 그 여정 속에서 악착스레 쥐고 있었던 그 모든 것들도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 순간 미련과 후회 대신 삶의 모든 순간을 사랑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삶일까?
여전히 고통과 아픔 대신에 행복과 평온을 갈구하는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로 살고 있다. 앞으로 맞이해야 할 생도 지나온 생처럼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절망적이고 때로는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책에서 말하는 마지막 문장처럼 살아야겠다. '삶의 모든 색'을 사랑해야겠다. 윤동주 시인이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했듯.
봄빛이 무장무장 깊어지겠다. 삶에 대한 우리의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소중한 이에게 선물 받은 책이라 마음에 더 사무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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