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법모자 김시인 Mar 22. 2024

내가 만난 책 이야기 39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콧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콧


모든 책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책은 유독 그런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또한 책의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이에게는 한 권의 책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지만, 어떤 이이게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도 한다.


올봄에 세 권의 책을 선물 받았는데 그중 한 권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세 권의 책은 선물의 의미를 넘어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홍길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홍길동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 역시 그만큼이나 익숙한 책이고,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읽었을 책이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감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퇴색되기도 한다. 오십 대 중반이 되어 다시 읽은 '작은 아씨들'은 여전히 퇴색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던 내 유년의 어느 한 귀퉁이를 만나게 해 주었다.


어린 시절, 책이 귀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실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이라 해 보았자 교실 하나를 반으로 나눠 한쪽은 과학실, 한쪽은 도서관으로 이용하던 작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신세계의 세상이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정말 정말 재미있게 해 주시던 분이었는데, 시험이 끝나거나, 특별한 날에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도서관에 있는 책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도서관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선생님께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도 좋았다.어느 햇살 환한 날, 사선으로 비껴들던 햇살을 받으며, 책장에서 책을 고르던 내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유년의 따스함이다. 고학년 때는 과학실 청소 당번을 자주 했는데 과학실은 청소할 게 별로 없었다. 그럴 때면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들고 와, 실험용 기구들을 정리해 놓은 탁자 다리에 기대앉아 책을 읽기도 했다.


그때의 책 읽기는 설렘이었고 책 속 세상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나를 만났다. 그래서 내내 설렜고 내내 아련했다.


네 자매들의 세상이 펼쳐지는 책 속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들의 결핍이 안타까웠고, 그들이 짊어진 짐이 내 짐인 냥 무거웠다가, 그들의 배려와 사랑이 온통 내 감정인 냥 스스로 충만해지기도 했다.


풍요로움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요즘, (특히 물질적인 풍요) 결핍을 통해 가족을 더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네 자매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복은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랑, 배려, 관심, 존중 등이 진정한 행복의 원천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마치 부인의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로서, 가난한 이들의 이웃으로서, 아내로서의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과 말은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네 자매의 이야기. 서로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네 자매의 유쾌 발랄한 이야기 속에서 헤어 나오고 싶지 않은 봄이다.



#작은 아씨들

# 더스토리

작가의 이전글 내가 만난 책 이야기 3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