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새봄은 있는데
새겨울은 없다
입춘대길은 있는데
입동대길은 없다
언 몸을 더 얼게 만든
차별을 견뎠구나
가을의 끝자락이 되면 우리는 떠나는 계절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계절보다 먼저, 마음이 설레발친다.
그러다 문득, 겨울이라는 계절을 우리가 참 홀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없다면 봄이 올 수 있을까? 가을 다음 가을이 온다면 그때도 과연 우리는 가을에 열광하게 될까?
습관처럼, 당연하게, 당당하게 썼던 단어들에서 소외된 겨울을 보게 되었다. 비단 계절만 그럴까?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차별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좀 더 밝은 눈을 갖지 않으면, 좀 더 밝은 귀를 갖지 않으면 우리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