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40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제인 마운트 쓰고 그림/진영인 옮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대략난감이었다. 분야별 책 소개일 것 같다는 막연한 선입견이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책들에 자꾸 순서가 밀린 책이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단순히 분야별 책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책에 담긴 사람들(책 속 인물), 책을 쓴 사람들(저자), 책을 유통하고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들(서점, 도서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재미와 감동이 구석구석 숨어 있는 책이다.
100권이 넘는 책을 쓴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은 처음 받은 인세를 꽃 한 수레를 사는데 다 썼단다. 천지사방 꽃이 만발한 봄을 건너며 나는 자주 그녀를 떠올렸다. 겨우 마흔둘에 생을 마감한 그녀와 함께 봄꽃들 앞에서 자연의 경이에 환호하고 싶었다.
50권 이상의 책을 내고도 복지관 쉼터에서 돈 한 푼 없이 홀로 사망해 묘비 없는 무덤에 묻힌 조라 닐 허스턴의 무덤을 찾기 위해, 작가 앨리스 워커는 포트 피어스에서 그녀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무덤을 위한 묘비를 샀다.
조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작업실에 '런던'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의 아내는 친구들과 방문객이 그를 찾으면 그가 수도로 갔다고 했고, 덕분에 그는 혼자 지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이런 책과 저자에 관한 일화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가 본 적 없고, 앞으로 가 볼 가능성도 제로에 가까운 도서관에 매료되어 책을 덮고 검색에 열중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집중해서 단번에 읽기보다, 짬짬이 읽는 것이 좋다. 책을 덮고 책 속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읽은 책을 만나면 눈을 반짝였고,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는 페이지에서는 기가 죽었다. 그러면서 예전 어느 기업인이 했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그 말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로 변환했다.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의 '책더미'를 세 배로 늘리는 것이다." 저자의 서문 첫 문장이다. 그만큼 읽어야 할 책도, 읽고 싶은 책도 많이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에도 "미국 성인 중 26퍼센트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구절이 있다. 독서 인구의 감소가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이다.
그러나 책의 힘을 믿는 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책은 우리 곁에 존재할 것이다. 책이라는 단어는 내게 설렘이다. 그 설렘들이 이 책에 소복하다.
만나서 한 번도 책 얘기를 나눈 기억이 없는 이에게, 이 봄 3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독서에도 취향이 있어 책 선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세 권의 울림이 더 깊다. 감사다.
4월을 때때로 바쁘게, 때때로 아주 헐렁하게 보냈다. 바쁠 때는 바쁜 일에 집중하고, 헐렁할 땐 걷고, 책을 읽고 영화도 보고, 유튜브에서 관심있는 영상도 보고(요즘은 김성철 교수님 강의에 빠져있다), 좋아하는 이들과 만나 수다도 떨며 보냈다. 이 모든 시간이 충만했다.
중요한 매듭 하나를 지으며 4월을 마무리한다. 묵직한 책을 읽고 있다. 그러나,
삶은 경쾌하게, 5월은 청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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