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일상 15

봄을 캐다

by 마법모자 김시인




해외 입국한 큰딸의 격리 6일째. 격리 해제 전 PCR 검사를 받으라고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아이를 보건소에 내려주고 혼자 주변을 사부작사부작 걸었다. 햇살은 따스하고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성큼 다가온 봄기운에 몸을 내맡겼다. 촉수를 다 열어 온몸 구석구석까지 봄기운을 들이고 싶었다.


걷다가 문득, 주변 텃밭의 냉이가 눈에 들어왔다. 캐고 싶은데 도구는 없고 눈길만 주었다. PCR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보건소 마당을 보니 검사를 기다리는 줄은 여전하고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 텃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꼬챙이 하나를 주워 냉이를 캤다. 뿌리가 제법 깊이 박힌 것도 있었다. 손톱에 흙이 들어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구의 미흡함을 손끝 힘으로 대체해서 한 움큼의 냉이를 캤다. 신나고 재미있었다. '나에게도 자연인의 피가 흐르나' 그 생각을 하며 혼자 웃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 뭐해?" 하고 물었다. 캔 냉이를 아이 앞에 자랑스레 내밀었다.


선거에, 코로나에, 먼 나라 전쟁 소식에, 산불 소식까지 세상이 온통 어수선하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고 부대에서 연락이 왔다. 세상이 조마조마하다.


집에 와 냉이를 손질하고 씻어서 전을 부쳤다. 아이에게 한국의 봄을 먹였다. 계절의 선물 봄기운이 이 땅 곳곳에, 안타까운 우크라이나 곳곳에도 번졌으면 좋겠다.


봄은 온다. 어김없이.

기어이 올 봄이라면 조금 빨리 왔으면 좋겠다. 봄볕이 세상 어디나 공평하게 내리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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