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법모자 김시인 Jul 28. 2023

내가 만난 책 이야기 30

호텔 해운대

호텔 해운대/오선영/창비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삼각형의 피라미드가 생각다. 어느 순간 우리는 삼각형의 꼭짓점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욕망의 화신이 되었다. 보통의 삶, 평범한 삶이 가치 없음으로 전락해 버렸다. 지반이 단단해야 건강한 사회라는 걸 잊어버린 채.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조건이자 성공의 조건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다수는 불행하다.


인 서울이 성공의 척도가 되어버린 세상은, 인 부산도 힘든 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피라미드의 꼭짓점,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다수는 불행한, 실패한 삶인 것이다.


오선영의 소설들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질주하느라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지반을 보게 해 주었다. 그들의 의기소침과 한숨과 좌절이 우리의 모습임을 깨닫게 했다.


오선영은 그들의 삶에 섣부른 희망도, 내일의 성공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 점이 좋았다. 강제된 해피엔딩은 환상에 불과하다. 이미 죽을 만큼 힘을 내 살고 있는 이들에게 힘내라는 위로는 때로 폭력이 된다.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호텔 무료 숙박권도 별도로 부과되는 세금과 부가세가 부담이 되는 젊은 연인 수정과 민우, 엄마의 사망보험금으로 엄마 없는 내일을 살아야 하는 나, 후원을 받기 위해 착하고 성실한 모습의 여중생 모습을 연출해야 했던 윤미, 자비 출판으로 소설책 천 권을 찍어 오백 권을 자신의 집으로 배달시킨 정현, 비정규직이라는 지위가 주는 불안함을 안고 사는 시간 강사 희정, 삶의 고단함이 그들의 삶을 잠식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 주변에 그들이 있다는 것, 아니 우리그들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알게 해 주었다.


주어진 자신의 시간을 사는 것, 살아내는 것 그것이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 속 인물도, 현실 속 우리도.


세상을 떠받치는 힘은 지반에 있다. 지반이 튼튼해야 그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간과해 버린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펼쳐진 모든 삶은, 소중하다.




#호텔 해운대

#오선영

작가의 이전글 쉼터@놀이터 1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