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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y 04. 2021

가장 애틋했던 1962년, <화양연화>

2021년 2번째 영화

제목: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감독: 왕가위, 출연: 양조위(차우 역), 장만옥(첸 부인 역)

줄거리: 화양연화花樣年華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 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영화를 본 지 5년 밖에 되지 않았다. 주위에 영화광이라고 불리는 분들보다 한참 모자라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깊이 파고, 많이 파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 영화도 이 영화 저 영화를 알아보다 알게 된 영화이다. '색계'에서 양조위의 눈빛에 흠뻑 빠져 허우적대다 암초처럼 탁!하고 이 영화가 걸려 버렸다.

포스터에 감도는 붉은 빛부터가 매혹적이라 포스터를 보자마자 '이 영화는 나중에 꼭 봐야겠다!' 생각했다. 이게 웬 걸. 재개봉을 한단다. 그런데 재개봉 날짜가 편입 시험 기간과 딱 겹쳐버렸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아직까지 상영을 하는 집 근처 극장을 찾게 되었고, 두근두근해하며 관람을 했다.


로맨스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라 그저 그런 영화일 줄 알았는데, 결말 부분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이별 연습이라니. 예상 못한 이별도 너무 슬픈데, 끝을 알고 하는 이별 연습은 더 슬프게 다가왔다. 첸이 차우에게 울면서 포옥 안기는데 숨이 막히고 마음이 아렸다. 그만큼 마음이 아렸던 장면이 두 가지 더 있는데 시간이 흘러 차우와 첸이 전에 살던 집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장면, 차우가 나무 안에 자신의 비밀을 고하는 장면이다. 전자는 웃고있는 차우의 얼굴에서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이 묻어났다. 반면에 첸은 차우가 떠나버린 집을 바라보며 울음을 속으로 삼킨다. 후자는 어떤 비밀을 말했을지 마음으로는 알고 있지만서도 시원하게 내뱉어주길 바랐다. 결국에는 첸에게도 마음을 털어 놓지 못했지만 말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지만, 심상치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빛과 색의 미장센: 작년에 봤던 1917, 작은 아씨들보다 더 강렬한 미장센이었다. 1917은 빛을 정말 잘 썼는데, 차가운 느낌이 나는 빛을 많이 사용해 전쟁의 냉혹함을 나타냈다. 작은 아씨들은 파스텔 컬러를 이용해 따뜻한 느낌을 한껏 자아냈다. 그에 반해 화양연화는 붉은 계열의 빛을 많이 배치해 강렬함을 뽐낸다. 특히나 빨강은 둘의 사랑을 나타내기에 참으로 적합해 화면 곳곳에 위치해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벽지와 치파오의 디자인을 왕가위 감독이 직접 선택한 것이라던데...안목이 어마어마하시다. 영화를 보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치파오에 얼마나 눈이 부셨던지. 끼얏호!


2. 독특한 촬영 구도: 슬로우 모션이라던지 누군가를 훔쳐보는 듯한 화면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화면이든 아름답게 담으려 애썼고, 그 노력이 영화에 잘 드러났다. 아, 담배 연기가 전등에 닿아 퍼지는 장면도 참 인상 깊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감각적이었다. 보는 재미가 쏠쏠!


3. 반복적인 음악 사용: 둥 땅땅 둥 땅땅~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끈적한 첼로 음악이 흐른다. 나는 이 음악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뭔가 시작될 것 같고, 들킬 것 같고 막 가슴이 두근댔다. 영화랑 정말 어울리는 음악이기도 하면서 유명한 음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Oq_jnvDXV8



두 배우의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장만옥 배우를 접한 게 이 작품이 처음인데, 와 아름다운 것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장만옥일까 싶을 정도로 정말 아름답고 세련되셨다. 그 슬림한 치파오가 어찌 그리 몸에 딱딱 맞던지. 안 어울리는 치파오가 없을 정도였다. 연기도 참 좋았다. 위에서 양조위의 눈빛에 풍덩 빠졌다고 했지만, 이 영화에선 장만옥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흡인력이 좋은 배우라는 의미다. 이별 연습을 할 때의 장만옥은 정말 사랑을 다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언니 내가 같이 울어줄게..아니 언니 울지마..언니 행복해에..

사실, 이 영화를 보게된 이유 중 8할은 양조위다. 색계에서 보고 제대로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아. 사람 눈빛이 어찌 그리 따뜻해? 그러면서 사연이 많은 눈으로 이것 저것 말하는데 읽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그러나 결국 너무 깊어 읽어내진 못한다. 아무튼 양조위의 눈빛은 그런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연기도 정말 좋다. 첸은 울기라도 했지 차우는 맨 끝에 비밀을 슬쩍 털어놓는 것 밖에 없다. 으으.. 오빠 다 말해...그냥 털어놔 줘..


영화를 보고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아픈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왠지 내가 내 마음을 다 소모해버린 느낌이었다. 그래, 어쩌면 이런 결말이 제일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사랑은 이별로 완성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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