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무거움,<어느 가족>

2021년 67번째 영화

by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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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가족(shoplifters)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릴리 프랭키(오사무 시바타), 안도 사쿠라(노부요 시바타), 마츠오카 마유(아키 시바타), 키키 키린(하츠에 시바타), 죠 카이리(쇼타 시바타), 사사키 미유(유리 시바타)

줄거리: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


어제 원작 도서를 읽고 오늘은 영화를 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글은 절절히 쓰고 영화는 담담히 만드나 보다. 책은 감정을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주고 영화는 조금 더 절제함으로써 참고 있는 감정들을 더 북받치게 한다. 이 영화를 보며 진정한 가족이라는 것이 세상에 있는 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나저나 왜 나는 '훔치기'가 유일한 연결고리인 이들을 가족으로 보는 것일까. 이 영화의 인물들은 때때로는 차갑고 때때로는 따뜻했다. 흩어진 그들은 다시 가족이 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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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무와 쇼타는 마트에 들어가 먹을 것을 잔뜩 훔쳐나온다. 집에는 노부요와 아키 그리고 하쓰에 할머니까지 다른 가족들도 살고 있다. 가난한 이들이 밥을 먹을 방법은 이것 뿐이다. 훔쳐 나와 집으로 오는 길, 추운 복도에서 혼자 있는 여자 아이를 발견한다. 오사무가 왜 나와 있냐고 묻지만 아무 대답 없는 아이. 오사무는 무작정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아이를 본 노부요는 단호하게 아이를 다시 데려다놓으라 말한다. 하지만, 아이를 함께 데려다주러간 노부요는 아이 부모님의 싸우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바꾼다. 아이의 이름은 유리. 유리는 도둑질로 연결된 그들과 함께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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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름 행복하게 지낸다. 방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자고, 훔친 수영복을 차려 입고 바닷가에 놀러가고, 함께 샤워도 한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자신들이 입은 상처와 외로움을 치유해간다. 가난하지만 평화롭던 그들에게 큰 일이 덮친다. 바로 하쓰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오사무는 119에 전화하려하지만 노부요는 자신들의 처지가 들킬 것을 염려해 하쓰에의 시신을 다다미방 밑에 묻기로 한다.

가족들의 도둑질에 유리도 합류한지 꽤 되던 날, 유리와 쇼타가 함께 마트 털기에 나선다. 하지만, 그날따라 손발이 맞지 않았고, 쇼타는 마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귤을 훔쳐 달아난다. 곧이어 도로 양쪽에서 직원들을 맞닥뜨린 쇼타는 담 아래로 뛰어내린다. 다리가 부러진 쇼타는 입원을 한다.

시간이 흐른 뒤, 쇼타는 보호시설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자란다. 오사무는 혼자 작은 집에서 살고 있고, 범죄 사실을 인정한(유리를 유괴한 것, 하쓰에를 묻은 것)노부요는 수감 중이다. 오랜만에 오사무를 만난 쇼타는 낚시를 하고 노부요를 만난다. 그날 저녁엔 눈이 왔다. 눈사람을 함께 만드는 오사무와 쇼타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다. 하루를 함께 보내고, 보호시설로 돌아가는 쇼타. 애써 웃던 오사무는 쇼타가 나는 버스를 부리나케 뒤따르지만 역부족이다.

아, 맞다. 유리는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언론의 관심을 받는 동안 잠잠했던 폭력은 다시 시작되었다. 유리의 엄마는 유리를 성가셔한다. 자신을 성가시게 만든 유리에게 사과를 강요하지만, 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복도로 나온 유리는 바깥을 쳐다본다. 어떤 것도 없는 텅 빈 눈빛으로 말이다.


많은 내용을 빼놓고 썼는데, 어마어마한 스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제외했다. 영화의 감상을 이어가자면, 일본에 정말 이런 가족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젊은이는 줄어가는데 노인 인구는 늘고, 물가가 워낙 비싼 곳이라 생활이 어려우니 이렇게 모여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다.

피로 연결된 가족들보다 이들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아서라고 대답할 수도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주는 순수함과 치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바타 가족과 함께하는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 자체만으로 사랑인 존재였다. 그들이 들어옴으로써 가족들은 상처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진심을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설로 돌아가는 쇼타의 모습과 복도 너머를 바라보는 유리의 눈빛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졌다.

나는 책으로 볼 땐 울지 않았지만, 영화로 보며 운 장면이 있었는데 하쓰에가 '고마웠어.'라고 입모양으로 말하는 장면이다. 가족들은 하쓰에를 좋아하지만, 하쓰에의 연금을 훨씬 좋아한다. 이들은 하쓰에가 죽고 나서도 하쓰에로부터 나오는 연금을 가져다 쓴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차가운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들이 정말 하쓰에의 연금만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쓰에도 그들이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기에. 하지만 나는 그들이 하쓰에를 연금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또 하나 놀랐던 건 안도 사쿠라의 연기다. 안도 사쿠라를 이 영화에서 처음 보았는데 연기를 정말 잘한다. 안도 사쿠라가 심문 당하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카메라를 응시하는데 마치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우리를 똑바로 보라고. 배우님의 연기는 정말 놀라웠다. 다른 작품에서 또 보고 싶다,

한 가지 궁금한 것. 아키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쓰에의 시신이 드러난 후까지만 나오고 다시는 그녀가 나오지 않는데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고레에다 감독님! 아키 어디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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