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

by 뱃살두툼


지금까지는 왜? 란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어머니는 사돈댁에 와서 베란다문, 장롱 문을 함부로 열어보실까.

왜? 어머니는 우리 집에 오셔서 화장실에서 신발을 신지 않으실까.

왜? 어머니는 우리 집에 오셔서 수세미로 때를 밀어서 피부가 따갑다고 연고를 발라달라 하실까.

왜? 어머니는 마트가 자시면서 지갑을 안 들고 올까.

왜? 어머니는 커피 한 번을 안 사실까


계속 왜?라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몇십 년을 따로 살다 알게 된 인연이라 해도,

아무도 제대로 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하는 질문과 대답이라,

나만 답답함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나도 변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말도 안 되는 고모 넷과 시어머니의 횡포를 당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 나라,

나도 어지간히 답답하게 참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번 설에 내가 춥다며 올려놓은 보일러 온도를,

다시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온도로 낮추는 시어머니를 보면서,

이제 더는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아니 그보다 참지 않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나랑은 말을 섞지도, 눈도 마주치지 않는 시누이가,

3월에 연휴가 기니 본인 엄마 모셔가서,

좋은데 구경시켜 드리라는 연락이 왔다는 소식에, 정말 할 말이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내 감정에 충실하려고 한다.

나도 싫다는 티를 내야겠다.

나도 싫다고 말을 해야겠다.

시댁일엔 무조건 예스맨인 사람과 이혼하지 않고 살면서도, 동시에 답답한 마음 한쪽으로 숨 쉴 방법을 나도 이제야 조금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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