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뇌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최근 영어유치원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4세 고시’ 논란은 ‘영유 금지법’ 법안 논의까지 이어졌어요.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교과 중심 교습을 금지하고, 36개월 이상 아동의 영어 교습 시간을 하루 최대 40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에요. 누군가에겐 너무 당연한 내용이 법안으로 논의까지 되고 있다는 게 놀라울 수 있지만,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의 교육 기회를 침해한다며 적극 반발하기도 해요.
교육 전문가와 정신과 전문의는 조기 교육 문제점을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서 지적해요. 대뇌 앞쪽에서 사고력과 기억력을 주로 담당하는 전두엽은 9세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7세 이전의 학습은 인지적 이해라기보단 모방에 가까워요. 단기적으로는 아이가 학습을 잘 수행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과정에서 인지 발달이 지연되고 정서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요. 심하면 야뇨증, 분리 불안 등을 겪으며 일상생활까지 어려워지죠.
조기 교육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부모가 미리 판단해서 채워주는 형태의 양육이에요. 그 안에서 아이는 직접 생각하고 판단하며 겪어야 할 시행착오 단계를 생략하게 돼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고 다양한 감각 경험을 채워야 할 때를 놓치고, 이후엔 부모와의 애착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게 돼요. 그럼에도 불안이 부모의 시선을 근시안적으로 바꾸는 거예요.
그런데 진료실에서 대화하다 보면, 부모들이 이런 이야기를 모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전문가의 말을 흘려듣는 건,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었어요. 지금 그들이 느끼는 내면의 불안을 무시한 채 팩트로 ‘혼내고 있기’ 때문이더라고요!
사람의 뇌는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는 데 특화되어 있어요. 공포와 불안에 반응하는 편도체는 정보나 논리보다 빠르게 작동해요. 진화적으로 ‘이 정보가 맞는가?’ 판단하는 것보다 ‘이 상황이 위험한가?’를 먼저 처리하게 되어있죠. 생존을 위해서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사고가 ‘빠르고 자동적인 직관: 시스템 1’과 ‘느리고 논리적인 이성: 시스템 2’로 나뉜다고 설명했어요. 대다수의 부모는 내 잘못된 선택이 아이의 불행이 될 것 같은 불안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불안은 시스템1의 관할로, 이성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시스템2에 속하는 전문가의 조언보다 빠르고 자동으로 반응해서 행동하게 만들어요. 지금 안 하면 마치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마음에 휘둘려서요.
전문가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려는 의도지만, 그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데엔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전문가는 뇌 발달 통계와 부작용 같은 정보를 다루되, 부모의 마음속 불안은 외면해요. 하지만,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의 사회적 불안 해소 전략이에요. 조기 교육이 성행하게 된 배경엔 뒤처질 것 같은 공포와 당당한 합격 약속을 담은 사교육 마케팅도 있고요.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가 모여 차가운 전문가의 말을 당연히 이길 수밖에 없는 거예요.
또한, 이미 불안으로 압도된 대상에게 훈계조로 접근하는 것은 역효과를 내기도 해요. ‘위험하다고 이미 말해줬잖아요!’ 혹은 ‘당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어요’라는 죄책감을 유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설득과 제안이 통하지 않아요!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호의적이고 믿음이 가는 관계에서만 수용될 수 있어요. 부모나 선생님의 ‘공부하라’는 잔소리보다, 성공한 사람의 연설이나 선배의 말이 종종 학습에 더 동기부여가 되는 이유와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대안 없이 문제만 지적해서, 부모가 길을 잃게 되는 경우예요. 조기 선행 학습도, 4세 고시도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신 무엇을 하라고 제안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부모는 그 빈 공간을 견디지 못하고요. 진짜 설득은 정답을 주고 오답 노트를 작성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와 눈높이를 공유할 때 시작돼요.
전문가는 아이의 뇌를 말하고 학원은 합격률을 이야기해요. 이런 상황이 헷갈리고 불안한 건 부모 개개인의 탓이 아니고요! 다만 뇌가 정보보다 불안에 대한 해답에 먼저 반응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시스템이 우리의 생각과 선택을 조종하지 않도록 알아차리는 게 중요해요.
정보보다 먼저 필요한 건, 그럼에도 왜 불안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흔들리는지 들여다보는 거예요. 그래야 비로소 다른 선택지가 우리 눈에도 들어오거든요. 교육은 팩트 싸움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감정이 쟁점이라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