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우울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C-PTSD를 아시나요?

by Light Life
“기분이 가라앉고 사람을 피하게 돼요.”
“자주 멍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스스로 우울증을 의심하고 정신과를 찾은 환자들이 털어놓은 이야기예요. 이분들은 회사에 가고, 밥도 먹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유지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가지만요. 감정이 아예 무감각해지거나, 종종 폭발하는 경험을 한다고 토로했어요. 깊은 공허감과 자기혐오 속에서 버티고 있었고요.


내담 하다 보니 이분들, 단지 우울해서 무기력한 게 아니더라고요. 기억보다 더 깊은 감정의 손상을 반복적으로 겪은 C-PTSD(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였어요!


| 우울증, 대인기피증, 성격 문제가 아니에요! |


tempImagel1kJLi.heic 이라크 전에 참전했던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의 실화를 다룬 영화에서 PTSD가 등장해요 (�: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중)


C-PTSD는 전쟁, 재난, 교통사고 등 단일 사건 외상 이후 발생하는 PTSD와 달리 학대, 방임, 조종, 모욕, 정서적 억압 등 반복된 트라우마가 원인이에요.

PTSD는 뇌가 공포 반응 처리할 때 이상이 생겨, 주로 회피, 과각성, 악몽, 플래시백 증상을 경험하는데요. C-PTSD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식하고 평가하는 감각인 ‘자기감’ 손상이 핵심이에요. 만성적 감정 조절 실패, 지속적 수치심, 만성 공허감이 주요 증상으로 이로 인해 대인관계가 어려워지기도 해요. 어린 시절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트라우마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요.

무력하게 당했던 학교 폭력,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보호자의 방임, 직장에서 오랜 기간 이어진 가스라이팅, 가장 가까운 사람의 폭언이 주요 사례가 돼요. 반복적으로 무력한 상황에 놓인 기억이 내가 바라보는 자아상에 조용히 스며들어 별개의 문제로 의식하기 어렵게 되고, 자책과 죄책감으로 돌아와요.

tempImageQZqlJ0.heic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했어요 (�: 영화 <아무도 모른다> 중)


런 증상을 너무 혼자 오래 견디다 보면, 이성적인 생각보다 감정적인 반응이 앞서거나, ‘난 어차피 안돼’라는 무력감의 굴레에 갇히게 되죠. 적절한 도움 없이 홀로 이겨내기 정말 어렵고요. 그래서 C-PTSD를 우울증과 구분해서 제대로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해요.


| 이름 없는 상처를 발견하기 |


C-PTSD를 의심할 수 있는 자각 증상이 몇 가지 있어요.

✅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거나 분노해요
✅ 누군가 다가오면 관계를 피하거나 시험해요
✅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갈등이 있어요

✅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죄책감이 들거나 스스로 싫어져요
✅ 마음이 공허하고, 멍한 상태로 현실 감각이 떨어져요
✅ 무기력한 상태로 실패에 극도로 민감해요
✅ 우울한데 그 이유는 설명할 수 없어요

이 중 몇 개에 해당하나요? 일상에서 1~2가지는 흔히 겪고, 또 증상이 금방 나아지는데요. 혹시 여러 증상이 주 단위로 지속된다면, 정신과 내원을 고려해 보세요. 우울증과 혼동하기 쉽지만, C-PTSD 치료는 방법이 달라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꼭 필요하거든요.


우울증은 단순히 슬픔을 느끼는 것뿐 아니라 일상적인 즐거움과 의미를 잃어버리는 정신 건강 장애예요. 정신 기능을 회복하고 생물학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치료가 이루어지죠. 항우울제와 수면제 중심으로 처방하고, 필요하면 인지행동치료(CBT)를 진행해요. 인지 왜곡과 부정적 자기 도식을 알아차리고, 기분을 조절하면서 일상 기능의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거예요.


tempImageUiqLyJ.heic 극단적 사건이 아니어도, 반복적인 감정적 상처를 받으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어요 (�: 영화 <아무도 모른다> 중)


하지만, C-PTSD는 조금 달라요. 오래된 정신적 외상이 터져 나오지만, 그걸 트라우마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불만이 많고 예민한 사람인가’ 오랜 시간 자책하게 돼요. 그래서 C-PTSD 치료는 당장 기분을 끌어올리기보다, 참아왔던 그 감정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고요. 트라우마가 자기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감정 중심 치료 방법, 신뢰 관계 재구성, 그리고 신체 기반 접근이 동반돼요. 실제로 두근거림, 만성 통증, 공황 장애 등 신체 증상으로 먼저 발현되기도 하거든요. C-PTSD는 무엇보다 자기 이해와 감정 회복, 신뢰 회복이 우선이에요.


| 치유할 수 있는 상처, 방치하지 말아요! |


너무 예민해서, 의지가 약해서 이런 증상을 겪는 게 아니에요. 오래된 내면의 상처가 지금 몸과 마음의 언어로 전하려고 애쓰는 중일 수 있어요. 치유의 첫걸음은 자각이에요. ‘혹시 나도?’라는 생각이 들거나, 체크리스트를 읽고 심상치 않았다면, 내 탓을 하기보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먼저 인지해 주세요. 물론 병원에서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기 전까지 C-PTSD라고 진단할 수는 없지만, 우울증이나 성격 문제로 속단하지 않기를 바라고요.

상처와 트라우마를 단번에 지우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내가 나답게 사는 미래는 덮어둔 상처를 잘 살피고 치료할 때 더 가까워질 거예요. ‘이 정도는 참아야지, 다들 그렇게 살잖아’라고 억누르기보단, ‘그때 정말 내가 힘들었구나.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구나’ 알아주면서요. 우리 괴로운 몸과 마음, 방치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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