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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 4.

부모의 어깨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녀들

by Staff J

경영지원실에 있다보니 종종 면접관으로서 배석할 때가 있다. 내가 잘 아는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들을 면접 볼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잘 모르는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들을 면접 볼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가지고 있는 기준이 다소 달라지긴 하지만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면접자들을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첫째는 직무 적합성이다. 아무리 여러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회사에서는 일을 잘해야 한다. 둘째는 면접자의 조직 문화 적응 가능성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 혼자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이런 관점에 본다면 회사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보는 점은 면접자의 인성이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친목을 도모하는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와 합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면접자들에게 여러 질문들을 하게 되는데,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한 가지 사실은 직업 선택에 있어 부모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집을 직접 고치시는 모습이 멋져 보였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기구를 다루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기계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기술 있으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 라는 아버지의 말씀 덕분에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마이스터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께서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실 수 없어서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이 유리한 과를 선택했습니다" 라는 형태로 부모의 영향을 말하는 면접자도 있었다.


이처럼 자녀들이 부모의 어깨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부모가 어디에 발을 디디고 있는지에 따라서 자녀의 삶도 달라지게 되지 않을까.


경영자 수업이라는 게 있다. 사장의 가치관에 따라 다소 방법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최종적인 목표는 같을 거다. 자녀가 대를 이어서 사장이 되게 하는 것. 좀 의역을 해본다면, 내가 판 우물을 탐내는 자가 많을 정도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 우물을 앞으로도 탐낼 수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식에게 가르쳐 줘야지. 그리고 종국에는 이 우물을 자식에게 주어야지.


국가별로 제약 조건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고용 수준이 정해진 기간 동안 유지되고, 또 업종을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크게 경감시켜 주는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공제의 폭이 너무 커서 부자들만 계속해서 잘 살게 해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계층간 이동을 어렵게 만들고, 부의 불평등 수준을 고착화 시킨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가 가지는 사회적인 장점, 즉, 일자리의 유지를 통해서 급격한 일자리 공급의 감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일자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창업까지 권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도해 봄직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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