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직업이 중요할까 아니면 소득이 중요할까?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존재할 것이다 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지만, 그게 어느 정도 효과를 지니는지, 그리고 어떤 경로를 통해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연구가 덜 된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한 세대만을 추적한 데이터로는 부족하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에 걸쳐서 추적 관찰한 데이터가 있어야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외국도 아닌 우리 나라 데이터를 이용해서 부의 세습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부가 전달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상위 서열의 대학 졸업자 집단이 한 세대의 소득을 이끌어 나가고, 부모의 직업이 자식의 교육연수에 미치는 영향은 있지만 (양적 교육 성취는 존재), 자식의 상위권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질적 교육 성취는 부존재), 부모의 소득이 자식의 질적 교육 성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였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상위 서열 대학 진학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보인 셈이다.
혹자는 이렇게 평할지도 모르겠다. 머리 속으로 잠깐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걸 데이터 찾고 분석 방법론 찾고 몇 년에 걸쳐서 해야 되는 거야? 이 물음에는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경제학은 확인 사살의 학문이니깐. 다만, 한가지 변명을 붙이자면 이런 연구를 통해서 어느 시기에 어느 환경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다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이랄까.
아무튼 이 결과만 놓고 보자면 부모가 가지고 있는 인맥, 부모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 등과 같은 부모 개개인과 관련된 요소보다는 부모가 가진 재력이라는 어찌보면 시장에서 손쉽게 교환 가능한 재화가 자식의 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것이고, 이 것은 우리에게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대학 입시 제도를 설계할 때 부모의 부가 영향을 주기 어려운 방향으로 할 수 있다면 부모의 부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경로를 막을 수 있다라는 희망 말이다.
다만, 그게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내 자신도 많은 의문이 남는다. 자녀에게 부를 세습하려는 부모를 막을 수도 없고, 대학의 서열이 깨질 가능성도 매우 낮아보이고, 무엇보다 어떤 식으로든 사교육은 부모의 부를 이용해서 최상위 서열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부모는 자기 입에 들어가는 걸 줄여서라도 그 방법을 선택하려고 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