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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 8.

비교 우위의 사회

by Staff J

경제학의 개념 중에 비교우위라는 게 있다. 경제학 책에 있는 예시인데, 변호사와 비서가 있다고 하자. 변호사는 변호도 잘하고 타자도 잘 친다. 비서는 변호사만큼 변호도 못하고 타자도 못 친다. 이런 상황을 경제학적으로는 변호사가 변호와 타자에 절대우위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변호사가 다 잘하니깐 둘 다 하고 비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효과적일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정해져 있으니깐 둘 간의 교환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는 변호사는 변호에 집중하고, 비서는 타자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비교 우위에 기반한 경제적 결론이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암묵적으로 깔고 가는 가정이 몇 개 있는데, 하나만 바꿔보자. 즉, 변호에 대한 시급보다 타자에 대한 시급이 훨씬 더 크다고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도 변호사는 변호에 집중하고 비서는 타자에 집중하는 게 경제 전체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변호사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시간 일하고 돈 버는데 굳이 변호를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비서보다 타자를 더 잘 치니 말이다.


비슷한 일은 우리 사회에서 자주 관찰된다. 내가 판 우물의 가치가 그 본연의 가치보다는 내 우물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우물을 파야 할지 결정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해야 되는 것의 괴리가 생기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사회에서 우물을 파는 방법은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서 이전보다 우물을 더 깊게 더 넓게 그리고 좀 더 쉽게 팔 수 있게 되었지만, 어디서 우물을 파기 시작해야 사람들에게 내 우물이 매력적으로 보일지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교육의 역할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게 된다. 부모가 그 역할을 하기로 결정하면 부모가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얻은 뒤에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야 하는데, 부모는 그만큼 자기가 쉴 수 있는 시간이나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만약 절대 우위가 있는 혹은 적어도 비교 우위에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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