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금리를 왜 올리려고 할까?
0. 지금은 맞지 않는 그러나 EXIT STRATEGY가 나오던 시절에는 맞았던 글.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고, 제 나름대로 정리하려는 목적에서 쓴 포스트가 될 것 같으니 제 다른 글과는 달리 제 사견이 많이 포함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읽으실 분들은 그 점을 감안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1. Subprime Mortgage Crisis
미국이 금리를 이유를 알려면 금리가 왜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꽤 큰 호황을 누렸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2008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혹자는 집을 소유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면 정권을 다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에 근거해서 당시 대통령이 대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줘서 그랬다는 말도 하던데, 그건 데이터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듯 하고..
그러다가 부동산 가격이 고꾸라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subprime mortgage crisis 라고 불리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인데, 부동산담보대출과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이 조금 특이한 점이 그동안은 경제 위기라고 하면 보통 실물 부분에서 유발된 것들이었는데, 이건 금융 부분에서 발생한 위기가 실물로 전이된 것이라서 이전의 여러 위기들과는 다른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이 이후에 RBC에 은행을 넣은 모델들이 갑작스럽게 증가했던 것 같다.
2. 위기의 원인
어쨌든 이 부동산담보대출 부분에 문제가 생긴 건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첫번째 원인은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 대출을 할 때 해당 모기지의 위험 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 모기지의 위험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유인이 점점 줄어들던 시기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 모기지와 관련된 권리를 IB에서 열심히 사갔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은행은 신규 모기지로 인한 위험을 고대로 IB에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파악할 유인이 없어진 셈이다.
이 IB는 모기지들을 모아서 새로운 신용파생상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100개의 모기지를 모아서 풀을 구성하고, 이 풀을 또 재구성해서 가장 안전한 것은 안전 자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팔고, 가장 위험한 것은 위험한 자산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팔았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하면, 모기지 한개를 들고 있으면 그게 부도날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이 회수율에만 근거하게 되지만, 모기지를 100개를 풀로 묶어 버리면 그 중에 몇 개의 모기지가 부도가 날지에 대한 함수도 된다. 말로 하려니깐 어려운데, 어쨌든 서브프라임은 프라임 이하 등급의 위험한 자산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 하에서는 이 등급의 자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위기 상황이 오기 시작하니 이 등급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원래 투자라는 것이 이익도 볼 수 있고 손해도 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게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IB들이 이 상품의 위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체 만들었다는 것이 바로 두번째 이유라고 본다.
사실 이 때 농담삼아서 코풀라의 개발이 이러한 금융위기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이런 상품들을 만들때는 다양한 상품들 간의 관계성을 모델링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코풀라의 개발로 인해 관계성을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모델링할 수 있게 되면서 덜 똑똑한 사람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되어서 위기가 발생했다고 비약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번째 이유는 이러한 상품들의 판매를 허락해 주고, 부동산 시장에서의 과열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규제 기관들이 제대로 판단을 못 했기 때문에 상품을 잘 팔 수 있었던 거고, 부 대비 소득의 비율이 6을 넘어가는데도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을 방치했던 것이 실책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위기의 파급효과가 더 컸던 것에는 변동금리 모기지의 비율이 높아졌다는데 있다고 본다. 위기가 일어날 당시 변동금리 모기지의 비율이 약 40%에 육박했는데, 위험한 상황이 되자 가산금리가 높아지게 되고 결국 이자부담이 증가해 부동산 시장이 폭락을 하게 된다.
3. 금리 인하와 ZLB
보통 경기가 안 좋으면 경제학자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금리를 내리는 카드다. 금리를 내리면 대출도 늘고 저축도 줄어서 결과적으로 투자도 늘고 소비도 늘어나니깐 경기 부양을 위해서 이자율을 내리는 카드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미국도 이 방법을 쓴 거다. 정책 이자율을 쭉 내렸는데, 이 정책 이자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경기가 부양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즉, 이자율 경로라는 것이 단기 정책 이자율을 변화시키면 이자율이 만기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 이자율이 변화되고, 이 장기 이자율이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사용되는 이자율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자율 경로이다. 그런데 이자율이 0%에 접근하게 되니깐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하에서는 단기와 장기 이자율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서 ZLB 와 관련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론들도 많이 개발되게 되고.
4. Quantitative easing or Qualitative easing
이로 인해 정책당국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 이자율을 직접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것이 LSAP 혹은 QE라고 불리는 거다. 채권시장에서 장기채의 가격과 이자율이 역의 관계가 존재하니깐 이 관계식을 이용해서 장기채를 사들이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결국 장기 이자율이 하락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장단기 금리 연결 통로가 깨어진 상황인데다 원래 채권 시장에는 SMH에 의해서 각 만기별로 다른 시장이 존재한다는 견해도 있으니 시도해 볼만한 정책이었음에는 틀림없다. 다만, 여기서 금융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장기 금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자산을 사들이게 되는데, 한가지가 국채이고, 나머지 하나가 MBS이다. 내가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국채를 직접 사는 것에 대해서는 중앙은행 내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으나, MBS를 직접 구매하자는 것에는 이견이 컸다고 한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 금리를 바꿀 거면 국채 가지고도 충분하고, MBS라는 것이 국채와 같은 Payoff를 복제하는 형태로 구성되기 때문에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찬성하는 쪽에서는 MBS의 구입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신뢰를 제공하고 이 결과로 직접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MBS도 구입해야 된다고 했던 것이다. 결국 둘 다 4번에 걸쳐서 구입하게 된다.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은 국채를 샀던 행위를 Quantitative Easing으로 MBS를 샀던 행위를 Qualitative Easing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5. Exit Strategy 의 등장
암튼,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장기채의 비중이 비대해지게 되고, 결국 중앙은행이 이자율 위험에 이전보다 더욱 더 크게 노출되게 된다. 이 때부터 중앙은행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이 상태에서 벗어나자 라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게 바로 Exit Strategy 즉, 출구전략이다. 0에 머물러 있던 이자율을 올리고, 장기채를 팔아서 비대해진 모습에서 슬림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게 된 것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정책적인 이슈가 등장하게 되는데, 여러 MBS 중에서도 모기지 풀이 어떤 특정 형태인 것만 산다. 즉, 정책적으로 만기가 길고, 만기 이전에도 갚을 수 있으며, 고정금리에 원금분할 상환 방식의 모기지로 이루어진 풀을 대상으로 한 MBS만 사들이는 것이다. 결국 고정금리 모기지와 변동금리 모기지가 있다고 했을 때, 금리차를 고려하면 고정금리 모기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되었고, 위기 이전에 변동금리가 40%에 달했으나 이러한 정책 이후 변동금리는 1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본떠서 우리 나라에서도 가계부채의 질을 높이겠다면서 고정금리, 원금분할 상환의 경우 여러 혜택을 주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TV에 나와서 고정금리 모기지가 40%를 넘었다고 고무적이라고 막 자랑하던데, 사실 미국에 비하면 택도 없는 수치다. 왜냐하면 이 40%에는 고정금리 인정이라고 불리는 모기지도 포함되어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 고정금리 인정은 초기에는 고정금리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변하기 때문에 조사 시점에는 고정금리일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변동금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순수한 고정금리만 고정금리로 고려하는데도 90%가 넘는거고...)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Dodd-Frank Bill이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금융 관련 여러 규제들을 제시한 법안인데, 요즘 트럼프가 이걸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고 있는 듯하다. 규제 완화라고 하면서.
6.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어쨌든 이런 일련의 시도로 인해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반등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보다 높아지게 된다. 결국 정책 이자율을 올릴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 이자율을 슬쩍 올리게 되는데, 그 당시 유럽을 비롯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극복을 못한 상태였다보니 휘청이게 된다. 그래서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 속도를 예상보다 천천히 하게 된다.
하지만 작년부터 여러 경기 지표들이 너무 좋아지면서 경기과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자율을 올려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망가진 이자율 경로를 회복하는 부수적인 목표도 있고 말이다.
7.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이제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내가 Sovereign Default 분야에서 아주 활발하게 연구하는 사람의 제자이다 보니 지금은 이 분야에 대해서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작년까지만 해도 아주 열심히 여러 Emerging Countries에 대해서 분석하고 각 부도별 특성도 외우고 했었는데, 국제 금융과 관련해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외환보유고는 이전에 IMF 위기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쌓고 있기는 하나, 이 외환보유고를 맘대로 처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국제 금융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또 국가별로 적절한 수준의 외환보유고 수준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규칙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면 다른 나라 대비 높은 수준을 쌓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하고. 다만, 최근에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고, CDS 금리도 낮은 수준에 형성되어있는 것을 볼 때, 금융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방어가 잘 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1997년에는 미국이 도와주지 않아서 위기를 겪었고, 2008년에는 미국이 도와줘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뭐 정말 국제경제학은 넓은 견해의 스펙트럼이 있는 듯하다. 난 이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근거가 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패스.
결국 이머징 국가들이 스스로 버텨내기 위해서는 외환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벌어오냐가 중요한 것 같다. 즉, 이머징 국가로 들어오는 돈은 실물시장과 관련된 돈이 있고 금융시장과 관련된 돈이 있는데, 금융시장과 관련된 돈은 유출과 유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겠지만, 실물시장과 관련된 돈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으므로 실물시장이 얼마나 견실한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실물시장이 좋다고 보기가 어려워서 유출이 별로 일어나지 않을 거다 라는 낙관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유출과 유입은 항상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하는 건 Sudden Stop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채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는 Rollover Risk나 갑자기 높은 이자를 주고 빌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원치 않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를 풀어야 할 수도 있고, 이건 결코 우리나라에게 좋은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쭉 써내려 가다보니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섞여 있는데, 어찌되었든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Plastic Bubble, 2008년 Subprime Mortgage Crisis... 매번 다른 위기 상황에서 매번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 왔는데, 지금의 위기도 지혜롭게 잘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딱히 뾰족한 수는 안보이지만 이렇게 많은 경제학자들이 들러붙어서 연구하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