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J's Note V
전세렌트카
1. 전세는 불법이다.
"미국에서는 전세가 불법입니다."
이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거나 반문하거나 합니다. 사실 전세라는 제도는 우리 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몇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독특한 부동산 거래 형태입니다. 월세 형식을 빌려서 이야기를 하면 초기에 보증금을 많이 내고 월세를 안 내면서 살다가 만기가 되면 보증금을 돌려 받는 식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주마다 법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한 달 혹은 두달치 월세 이상의 금액을 보증금으로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몇 십개월치의 월세를 한꺼번에 보증금으로 내는 이러한 전세 제도는 불법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부동산 시장을 연구하는 교수님께 한국의 전세 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증금을 내고 2년 뒤에 그 돈을 돌려 받습니다. 그 때 그 교수님의 반응이
"공짜로 산다고?"
2. 전세 렌트카
이걸 본따서 2017년 전 즈음부터 전세렌트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 같습니다. 사기니 아니니 말이 많던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람들이 장미빛 환상을 근거해서 사업을 소개하긴 하지만, 위험성이 다분히 있고 완벽히 사기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하기도 합니다. 다만, 만기를 4년으로 했으니깐 보증금을 돌려 받는 사람들이 나오면 안정화된 거다 라고 하면서 그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이후라고 해도 판지 게임은 아닌지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파악하기로 이 제도는 소비자가 차값 + a 를 처음에 다 냅니다. 그리고 4년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용료를 내고 4년 뒤에 차 값을 돌려 받습니다. 감가상각이 초기에 집중되어 있는 차들의 경우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방식이지요. 게다가 비영업용 소형승용차에 대한 제약이 점점 세지고 있는 이 때라면 더 혹할만 하다. 보증금을 다른 계정으로 처리해 버리면 비싼 차도 운행일지 안 쓰고도 100% 인정받을 수 있으니깐요.
3. Ponzi Game ?
근데 이 사람들이 차 값을 다 받아서 차를 한 대 사는 게 아닌 듯 합니다. 즉 차 한대 값을 받아서 그걸 4분의 1로 쪼개어 4대를 사고 한 대는 돈을 낸 사람에게 주고 나머지 3대로 렌트를 하면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그 후 4년이 지났을 때 가지고 있는 차의 소유권을 이전하든 아니면 팔든 해서 보증금을 마련해서 차값을 되돌려 주면 되는 건데... 즉 차를 이용해서 돈을 빌려서 그 돈으로 사업을 불린 다음 운영을 잘 하다가 차를 돌려 받으면서 투자금을 반환하는 형태인 겁니다.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60%는 보증되고 40%는 저당권 설정을 해 놓아서 100% 보증이 된다고 하는데 , 60% 보증은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지급 보증인 것이고 40%는 몰고 다니는 차에 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건데 , 차 값을 다 내긴 했지만 명의는 여전히 캐피탈 명의여서 이게 좀 의심스럽습니다. 회사의 자산이 감당할 여력이 되는지도 모르겠구요.
게다가 이걸 운영하면서 영업사원에게 임금을 줘야 하는 걸 상정해보면 초기에 몸집 불리기에는 적합한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렌트카 업체처럼 운영해야할 것 같은데... 아무튼 너무 혹하지 마시라는 차원에서 알려드립니다.
Too good to be true.
2019년에 쓴 글인데, 이듬해 2020년 8월 사기혐의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2022년에 1심 판결이 났습니다. 177억원 받아서 도박에 탕진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