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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14 - 깊이

빛 좋은 개살구

by Staff J

예전에는 싼 마우스는 싼 티가 났다.

조잡스러운 모습,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저렴하게 살 수 있었고, 그만큼 불편했다.



요즘은 마우스 외형이 참 많이 비슷해 졌다. 거기서 거기랄까.

내 기준에 엄청 비싼 것들도 있고 엄청 싼 것들도 있는데, 외형이 비슷해서 싼 걸 몇 번 샀었다.

어떤 건 내 손 크기에 안 맞았고, 어떤 건 각도가 미묘하게 달라서 불편한 것도 있었고.

이런 디테일에서 차이가 나서 비싸지는 걸까.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지라 예전에는 마감이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일단 품질은 기본이고 이 마감은 거기에 더해지는 개념이었다.



요즘은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이 품질이라는 부분이 담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비슷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깊이를 더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회사를 보고, 댓글을 보고, 가격을 보고, 쿠폰도 보고. 더 나아가 회사의 연혁을 보고, 대표이사를 보고, 대표이사의 철학을 보고. 제품만보고 덜컥 샀다가는 후회를 하는 사례가 생기다보니 제품을 살 때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시대가 변했다. 본질에 집중하기 보다 여러 것을 고려해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설적으로 더욱 더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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