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났다
난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리움의 대상과 재회할 수 있었다. 거의 일 년을 아무런 근거 없이
오직 내적 확신 속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치 신의 도움이라도 있듯이 하늘과 땅처럼 멀게
느껴졌던 거리가 서울 한복판, 불과 몇 정거장 사이로 시간과 공간의 일치를 봤다.
내 전시가 끝나는 날 그 사람의 전시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열리게 되었으니...
우리가 만난 것은 기억의 빛에 이끌린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순조롭게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진 것은 신의 은총이다.
나는 봉인된 시간에서 찾은 이 새로운 사랑을 신의 선물로 받고 싶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로드>, 코맥 매카시 /p64
그동안 삶의 일부라고 여겼던 사랑이 삶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이 넓어지고
고양되는 것 말고 감정이 깊어지는 것이 고통스럽긴 해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행복일 수 있다는 사실!
이제 나 자신의 진실은 알지만 그 사람의 진실까지 다가가기엔 아직 조심스러워서 망설이고 있다.
'... 희망이 한 가닥 푸르름을 지닌다면 영원한 사랑은 길을 잃지 않고 돌아올 것이오'
-<신곡> 단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