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브레히트를 언급할 필요 없이 모든 시대가 서정시를 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출신 배경과 80년대
대학 생활에 비추어서 생각과 관점의 변화를 문제 삼은 친구가 있다. 내 그림을 이제 좋게 볼 수 없다며
친구가 말했다.
“그림이 너무 서정적이다.”
자신은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신념을 지키고 있는데 나는 변절했다고 본다. 옛정이 깊은
친구와 더 이상 우정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었다. 친구는 운동권 출신 남편이 복학해서 의사가
되기까지 뒷바라지했고, 본인은 그 인맥으로 성공한 사업자가 되어 경제적으로 아주 여유롭게
산다.
주위를 둘러보면 전문직을 가지고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관점의
차이가 크다. 과거에 고착되어 있으니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가난함이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나는
양심껏 세상적인 기준이나 시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있다. 이름 없는 한 사람, 무명 화가로
내 생각과 정서를 그림에 담아낸다.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으로 존중받으며 변함없이
숭고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은 덧없음과 불멸의 속성을 지닌다. 시간의 위력 앞에 젊음은 사라지고 추함과 서글픔이
남게 되지만 시간을 이겨내는 아름다움이 있다.
진리와 자유를 향한 인간의 열망, 진실한 사랑❤️은 우리가 없어도 영원히 남는다. 누구나 예외 없이
살아가는 게 힘겹고 고단할 것이다. 비록 현실이 그렇게 느껴져도 자연이 주는 위로와 인간의 따뜻한
마음은 살아갈 힘을 준다.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바라보고자 하고 아름다움이 보인다면 우린
언제나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