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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정신과 선한 마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

by 명규원

<우정, 나의 종교>, 스테판 츠바이크

"오늘 우리가 그의 더 이상 없는 육체를 가슴 아프게 상실함으로써 그의 작품과 존재의 불멸성은

오히려 구원받았습니다 “


오스트라야 출신의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인 스테판 츠바이크는 런던에서 열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장례식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그의 말대로 프로이트의 사유와 업적이 없었다면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창작의 영역이

풍부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업적은 인간의 내면을 향한 힘찬 동력과 정신의 빛으로

우리의 길을 비춰 주게 되었다.

프로이트 덕분에 우리는 속 좁고 편협하고 답답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않은

마음의 지평선을 넘게 되었다고 츠바이크는 평가한다.

자신보다는 인류 전체를 위해 풍족하고 책임감 강한 정신을 바친 그가

공허하고 쉽게 망각하는 시대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다.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는 순수한 진실의 탐구자인 그는 절대적인 것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이외에 세상의 그 무엇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


명성이나 허세에 관심이 없고 인간을 진실로 이해하기 위해 용기를 내었던

친구에 대해 츠바이크는 한없는 신뢰와 존경을 표한다.

”다른 이들은 감히 찾으려 하지 않고, 말하거나 고백하려 하지도 않는 지식을 찾는

그 용기를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

누구보다 강인한 영혼을 가진 이 사람이 타인의 연약한 영혼을 얼마나 사려 깊게

보듬어주었는지도 압니다. 강인한 정신과 선한 마음이라는 깊디깊은 이중의 울림이

인생의 마지막에는 스스로 이룬 정신적인 세계 안에서 완전한 하모니로 어우러졌습니다.

그 하모니는 순수하고 선명하며 성숙한 지혜로움으로 발현되었습니다."


츠바이크는 부조리하고 광기로 가득 찬 세상에 관해 그와 나눈 친밀한 대화가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음을 떠올린다. 또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육체의 고통을 견고한 정신과

영혼의 인내로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고 의사로서, 철학자로서도,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도 이상적인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츠바이크는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철학 문학, 예술사 등 다방면으로

박식했다. 그는 뛰어난 필력과 유려한 문장으로 대중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우정을 나눴던 작가나 예술가들의 내면과 생생한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 전기에서

우리는 그의 인간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 도덕성과 고귀한 정신에 대한 찬양,

순수한 예술에 대한 애정, 자유와 평화에 대한 소망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세기말에 태어나 유럽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 증오의 화살을 피해

망명생활을 했고, 광기로 자멸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그의 깊이 있고 독창적인 관점은 지금도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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