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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 가구 젊은 여성, 피싱 주의보!

by 명규원

어제 오후에 서울에 혼자 사는 셋째 딸이 울먹이며 전화를 했다.

"엄마 지금도 무서워···!"

피싱 사기범에게 저축한 돈과 대출금, 다 털렸다는 것이다. 검찰을 사칭하며 개인정보 유출과

명의도용으로 범죄에 연루됐으니 지금부터 외부와 연락을 끊고 조사 중인 사건이라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대포폰을 마련한 후 텔레그램을 깔고. 지시에 따르라는 것이었다.

집에도 들어가지 말고 회사도 출근하지 말고 지정된 장소에 머물도록 하면서 협박과 공갈로

계속 위협했다. 너를 주시하고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면서 피싱사기에 대처방법이라는

프로그램도 보게 했다. 사건을 잘 해결해 줄 것 같이 기다리게 하면서 금감원 과장이라는 사람에게

전화했더니 혼이 나가게 야단을 맞고 싹싹 빌게 만들었다. 냉온탕을 번갈아 가며 지치게 하다가

각본대로 결국 멘붕상태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5일 동안 작은 호텔에 머물고 지시대로 송금했으니 이젠 끝났다 싶은데 다시 또 7천만 원이나

요구하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제야 경찰서의 신고했다고 한다.

평소에 손댈 것 없이 자기 앞가림을 잘해 온 딸이라서 믿고 지켜봤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우선 몸이 다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돈은 문제가 아니라고

해 주었다. 사실 언니들 돈까지 모아둔 적금 통장이었으니몇 년 간에 피땀 눈물이 사라져

버린 데 대해서 죄책과 아쉬움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사람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책하지 말고 뭐든 챙겨 먹고 힘을 내라고 격려해 줬지만 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동생에게

전화했다. 심리 상담가이니까 언제든 힘들 때 속마음을 다 이야기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뜻밖에 셋째 딸과 동갑인 조카도 최근에 피싱 사기범의 협박으로 본인이 모은 30,000,000원을

털리고 3대 은행에서 3000 이상씩 대출을 받고 또 더 요구해서 사촌 오빠 근무처인 새마을금고에

갔다가 이상하게 여긴 오빠가 경찰에 신고해서 겨우 벗어났다고 한다.

신종 사기범들의 수법이 결혼자금을 3천 정도 모아둔 일인 가구 미혼 여성을 타깃으로 진화했다.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불안과 두려움에 빠뜨려서 제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몰아붙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의심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겁박해 들어온다.

동생의 말대로 운이 나빠서 걸려든 것이고 절대 네 잘못이 아니며,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딸에게 말해주었다.

이런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더 이상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막고 싶다. 딸에게도 말했지만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 인신을 구속한 채 사람을 각본에 따라 조직적으로 갖고 논 악랄한 놈들이

꼭 죗값을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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