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
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콘클라베>를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고 영화의 힘을
다시 느꼈다. 영화가 주는 감동으로 대화가 시작되어 저녁밥 먹을 때까지 기분 좋게 이어졌다.
교황의 갑작스러운 선종과 동시에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전 세계 추기경들이
비밀선거를 위해 바티칸에 모이고 단장 로렌스 추기경이 전통적인 콘클라베를 총괄하면서
절차가 진행된다. 봉쇄된 성당의 문을 닫으려는 순간 카불(아프가니스탄)의 대주교 빈센트가
명단에 없지만 최근 비밀리 교황의 임명을 받아서 동참한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투표가 계속되는데 밖에선 폭탄 테러로 희생자들이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과연 신의 뜻대로 될까?
야심을 부려서 술수를 쓴 추기경도 있고 과거의 흠결을 숨긴 추기경도 있다. 전통을 고수하고
다양성과 변화를 거부하는 정통파 세력과 변화를 수용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개혁파 세력
간의 갈등도 있다. 세속적으로 어떤 입장이나 이념을 교회에서 주장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신을 의식한다고 해도 개인의 인간적인 욕망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다.
교황도 회의적이었던 교회가 앞으로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지 원작 소설과 영화는 묻고 있다.
로렌스 추기경이 강론으로 추기경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확신’에 대해 경계한 내용이
영화에서 핵심적이다. 확신 때문에 교만해지고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기 쉽다. 믿음은 당연히
의심을 전제로 한다. 키르케고르의 생각대로 우리는 의심의 단계를 거쳐서 믿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느님에 대한 정보는 완벽할 수 없고 우리가 이해하고 파악하는 지식과 다르다. 현실에서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인간과 다른 초월적 존재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계시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그것을 증거 한다.
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믿음 속에 있기 위해 모든 순간 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믿음이란 인간이 신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뜻을 생각하며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다. 하느님을 진짜로 믿는다면 무엇이 옳은지 찾아야 하고 개인적인 욕망과 치기를 벗어나
양심대로 행해야 한다.
로렌스가 믿었던 동료 추기경이 불의한 권력에 야합하려 한 것은 실망스러웠다. 고독하게 책임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로렌스 추기경을 맡은 랄프 파인스의 연기가 몰입감을 주고 좋았다. 진실과 비밀이
밝혀져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모두의 신뢰를 받는 그에게도 인간적인
약점과 한계, 연약함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자세로 무거운 책임을 지고 나아갔다.
신의 뜻을 따르려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