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를 갖는다는 것

by 명규원

여름 더위에 땀으로 옷이 젖어서 아침저녁으로 찬물 샤워를 한다. 대단한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N수생 아들과 큰딸의 도시락 세 개를 싸는 것, 키우는 개(차우차우)를 산책시키는 일과가

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거울로 보는 내 몸은 권위가 없다. 목욕탕에서 익히 봐 온 아주머니들의 육중한

아니, 풍만한 몸에서 풍기는 존재감, 느긋하고 안정된 모습과 당당함이 부족하다.

물론 목욕탕이라는 ‘그들만의 리그' 같은 공간에서 그 권위가 더 또렷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긴 하지만.

권위란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정받는 무게라고 할 수 있다.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그 영향력을 누구나 무시할 수 없다. 말, 태도, 선택이 설득력을 가진 이유는 그 사람의

삶이 일관되고 진실하다는 배경에서 나온다.

권력이 지배할 수 있는 힘이라면, 권위는 사회적 위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고통을 감내하고

뭔가를 이뤄낸 것,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무슨 일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사람에 대한

신뢰로부터 생긴다. 삶의 무게로 인해 더 깊어진 사람이 타인을 진실하게 대하는 태도와도

연걸된다고 생각한다.

권위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신중한 처신보다 소녀 감성이

앞서기도 하는 자신을 의식하게 될 때 과연 나는 계속 권위와 무관하게 살아도 되는지, 진정한 권위란

무엇인지 자문해 본다.

개인의 양심이 역할을 하는 사회는 어려서부터 도덕적으로 올바른 의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계속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양심의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사회적 의무를 소홀히 여긴다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국가는 존립하기 어렵게 된다

예수는 십계명 중 중요한 두 가지를 말했다. “너는 너의 신이신 주를 너의 온 가슴과 온 영혼,

온 마음으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첫 번째 이자 가장 위대한 계명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것이다.

너는 이웃을 너 자신 같이 사랑하라.”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재다. 자신을 본떠 사람을 만들었으므로. 우리는 신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지는 동료 인간들을 함부로 다룰 수 없다. 인간에 대한 의무와 ‘인간애’가 바탕이 되는

사회여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권위가 사회적 지위나 권력에 따라 주어 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인식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 브루스 베구는 거창한 선언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도 보통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인간의 능력을 강조했다.

"평범한 인간은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특정한 권위를 따를 필요가 없으며, '공동의 품위'는

선과 악을 인식하는 본능적인 능력"인 것이다.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권위는 자연스럽게 인정받는다. 다른 이들이 자신보다 약하고 부족하다고

해도 억누르려 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 사적인 이해관계와 욕망에 따라 권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자기 생각을 타인의 언어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권위는 그 자체로 가치를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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