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나 자신의 것

by 명규원

월광 소나타 1악장은 골고다 언덕을 향해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는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느린 리듬과 잔잔하게 펼쳐지는 화음들이 내면의 고통과

저항, 슬픔 같은 감정을 억누른 듯하다.

'달빛이 호수 위를 잔잔히 비추는 것 같다.'는 어느 평론가의

평은 고요함에 가까운 느낌에만 치중한 것 같다.

11월에 들어서자 내 마음속에 월광소나타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묵묵히 걸어 나가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했는데 이젠 다 내려놓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가지고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 향상하는 노력과 함께 시작된 공부였다.

앞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 고군분투한 결과가

좋기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김밥을 싸고 미소 된장국을 보온병에 담아서 잘 보냈으니

아침 일찍 도시락 두 개를 싸던 지난 2 년간의 내 일도

이제 다 마쳤다.

수능을 준비하는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친밀한 사이가 되고

아들을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실수하지 않고

노력한 만큼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였다.

아들이 웃음 짓는 얼굴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시험을

보는 시간, 순간순간 기도하며 하루를 보냈다.

흐리고 비 온 날이 많던 10월의 아쉬움을 채워주듯 화창한 가을날이

11월에 이어졌다. 5촌 조카 결혼식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고

해운대 바다를 아들과 거닐었다. 또 종일 방 안에 스며드는

환한 빛으로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누워서 읽었다.

"... 내 삶이 나 자신의 것이라는 것,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만 속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

에핑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포그에게 한 말처럼 아들도

같은 심정으로 자신의 길을 잘 찾아나가리라 믿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