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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사이도 전체 삶의 일부일뿐

나는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 비행기로 16시간이 넘는 거리가 필요했다

by Dreamy Psychologist

내 다른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나는 성장하면서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린시절 맞벌이 하는 부모님과 떨어져 4살때 까지 할머니 손에 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내 부모님은 감정적으로 매우 미성숙했고, 4살까지의 애착이 아이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지 못했다.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예정없이 태어난 나를 맡기지 않고서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내내, 뭔가 잃어버린 듯 텅빈 마음을 가졌다. 그 마음 덕분에 철학도 공부하고, 인문학도 읽고, 결국엔 심리학 박사가 되었으니 참 인생은 신기하다.


남편이 오랫만에 한국엘 들어갔는데 혼자서 나의 엄마와 아빠,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할머니와 아빠의 대화 내용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대화 내용의 수준이 정말 떨어졌다.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은 채 성장한 어른들의 어려움은 부모를 한 인간으로 보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대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부모는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공포와 힘의 존재들이기 때문에, 부모도 불과 한 인간들에 지나지 않는 다는걸 깨닫는 것이 매우 어렵다.


나는 이제 그들과 멀어져서 이제 다행이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이제 원하지 않아도 자연히 멀어지게 될 꺼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뭔가 위안이 되면서도 쓰라리고 슬펐다. 어린 시절 내내 꿈꿔왔던 이상적인 부모님의 모습을 나는 남은 인생에서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오랜 판타지를 보내줘야한다는 사실에서 애도감이 올라왔다. 내가 내 자신의 어린 시절 만나고 싶었던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방법으로 간접적 충족을 하게 될 것이다.


어린 소녀 시절의 나는 과연 자신이 나이가 들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될 꺼라는 걸 알았을까. 지금의 자신이 가슴찢어지게 감당하는 고통을 씁쓸한 커피 마시듯 홀짝일 수 있는 어른이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내가 과거의 나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면, 네가 살 만해 지는 시간은 반드시 오니깐 발버둥 치지말고 힘을 빼고 견디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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