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학생이 느끼는 첫 일주일의 감각
비행기를 탔을 때의 설레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무엇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설렘, 이유를 알 수 없는 설렘, 그리고 모호한 두려움. 불안감. 다른 세상에 간다는 걸 실감 나게 하는 비행기 창문. 그리고 그 쾌감. 첫 발을 내딛었을 때의 캐나다는
차가우면서 부드러웠다.
어딜 가나 친절한 사람들과, 이방인을 보는듯한 시선이 공존하는 곳.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시선을 마주하며 드는 마음속의 작은 철렁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써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눈빛이 내 눈동자에 그대로 담긴다. 이상할 만큼 신경이 쓰인다.
이상할 만큼 어색하다.
한국에서 떠난 지 딱 일주일이 되었을 때다. 낯설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점차 익숙해진다.
캐나다에서 거리를 걸으며 한국노래를 듣는 것만큼 기분 좋은 게 없다. 귀 기울여야 겨우 들리는 언어를 함께 들으며 문뜩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잃어야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 내 모국어는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아니, 원래 아름다웠다. 너무 당연해서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더 귀 기울여 들을걸.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들리는 말들, 장난스러운 소리, 일상적인 말들이 조금은 그리워진다.
오후 5시가 되면 모든 거리가 어두워지는 그곳
노래를 들으며 오후의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반가운 말소리가 들렸다.
아. 이 귀에 바로 쏙 들어오는 가사. 너무 좋다. 찰나에 내 언어를 듣게 되는 반가움은 평소에 느끼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가 내 취향의 액세서리를 찾은 것 같은 느낌.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고향에 온 느낌과 같은 거려나?
반가움은 우리가 익숙해서 잃었던 것을 찰나에 찾았을 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가졌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때, 무의식적으로 소중함을 깨달아 가고 있을 때. 똑같은 말을 들어도 새로워지는 순간이 올 때.
혼자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도서관 바로 앞이지만 이상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 춥고 건조한 바람과 동시에 강한 햇빛이 내려쬐는 곳에 있었다. 낯선 세상에 나 혼자 홀로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게 얼마나 가려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
만약 이 기분을 느끼지 않는 순간이 오면 그땐 알아차리지 못하겠지. 알아차리더라도 이미 이 기분을 만끽하기엔 너무 늦었을 거야. 불안과 낯 섬에서 오는 평온함이 좋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쿵 떨어지는 마음과, 그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낯선 풍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