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TI 성격유형 검사를 좋아한다. 가끔 인터넷으로 간단한 테스트를 하는데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두루 두루 비슷하게 나온다. 가끔 유형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내가 살아온 궤적과 행동 유형을 잘 짚어 주었다. 나는 ‘ENFJ(일명, 엔프제)’이다. 보통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로 설명되는데 이 말은 조금 거슬린다.
나는 별로 정의롭지도 않고 더구나 사회운동가 타입은 아니다. 80년 후반에 대학을 다녔지만 운동권 모임 한번 나가 보지도 못했다.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운동권에 가담하면 준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직장에서 잘린다는 얘기를 들은 후 근처에 가지 않았다. 무지한데다 소심한 채 대학 생활을 마쳤다. 공무원이 되어서도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불합리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물론 억지로 꿰맞춘다고 하면, 공무원의 업무가 새로운 법과 제도를 등에 업고 추진하는 것이라 ‘정부주도의 사회운동’ 이라고 억지를 부려본다. 행정에서 끊임없이 ‘사회변화’를 추구하는데 이를 민간 영역으로 본다면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잣대로 본다면 말이다. 방식의 차이일 뿐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들려는 목적은 공직이나 민간단체나 같다.
소심한 E과장으로 직원들과 소통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니 자연스럽게 DISC, MBTI, 애니어그램 등 성격유형 분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 가장 많아 찾아본 것이 MBTI 였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개인의 성격 유형을 나타내는 도구로, 8개의 글자(E, I/S. N/T, F/P, J)를 네 가지 부류로 구분한다. 가장 먼저의 구분은 ‘E’와 ‘I’인데 이것은 외향(Extraversion)을 의미하는 ‘E’, 그리고 내향(Introversion)을 의미하는 ‘I’의 약자다.
두 번째는 ‘S’와 ‘N’인데 감각(Sensing)과 직관(Intuition)으로 엄밀히 따진다면 직관의 첫글자인 ‘I’를 가져와야 하는데 첫 번째 구분인 내향(Introversion)의 첫 글자와 중복되니까 두 번째 글자인 ‘N’을 가져온 것 같다. 세 번째는 ‘T’와 ‘F’로 사고(Thinking)와 감정(Feeling)을 나타낸다. 마지막은 ‘J’와 ‘P’는 판단(Judging)과 인식(Perceiving)이다. 위의 네 가지를 조합하여 16가지의 성격유형을 만들었는데 기초가 바로 스위스 학자인 칼 융(Carl Gustav Jung)의 심리유형론이라고 한다.
개괄적인 설명을 보면 알겠지만 여덟 개의 단어가 상징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라는 것은 없다. 그저 사람의 보편적인 성격을 크게 열 여섯가지로 나눈 것이다. 인간의 행동유형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타고난 본능과 각자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행된 사회화는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공통의 정서를 갖게 된다고 한다. 물론 지구상의 81억명은 모두 다르다. 다른 성격, 다른 감정을 가진 인간인데 단 열 여섯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몰인간적인 느낌이다. 그럼에도 MBTI가 많이 이용되는 것은 사회라는 운명체에 얽히고설킨 사람을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에 조금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