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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너를 담았던 내 인생

by 지원

문득 외롭다고 느낄 때마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나가 사진을 찍었다. 걷다가 산책하는 사람들의 다정한 이야기들이 잠깐 스칠 때면 나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다정함을 훔쳐 나를 따뜻하게 만들며 가만히 앉아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흘려보냈다.


늘 같은 시간 속을 살았다. 오전 7시,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근을 했다. 저녁이 될 때쯤 느릿하게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 생각하며 아주 천천히 갔다.


집 도어록을 열고 들어가면 차가운 바닥을 밟고 무심하게 가방을 내려놓았다. 무의식적으로 티브이를 켜 사람들이 웃는 채널을 틀어 놓는다.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다가 운이 좋을 때면 재밌는 장면에 따라 웃는다. 냉장고에 가득 차 있는 맥주 중 손에 잡히는 캔 하나를 들고 냉동 도시락을 전자레인지로 돌린다. 오늘은 술도 잘 안 들어가네라고 생각하며 다 먹지 못한 밥을 버린 후 그나마 따뜻한 샤워를 하며 오늘도 하루가 지났구나 생각한다. 하루 중 끝이 다가올 때쯤 내일이 올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다 오늘은 왜인지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하루를 끝내버리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근처 공원에서 걷다가 또 걷다가 하하호호 웃는 사람들 속에서 나무도 찍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도 찍었다. 좀 쉬었다 가고 싶어 벤치에 털썩 앉아 이때까지 찍은 사진들을 보니 이상했다. 주변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사진 속에는 사람이 없어 한숨을 쉬며 밤하늘을 봤다.


별인지 모를 빛 하나가 반짝여 너도 혼자구나,,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옆에 더 크고 반짝이는 빛 하나가 보였다. 너도 혼자가 아니구나..



난 별들이 부러워 빛나는 순간을 담았다. 화면을 보며 이건 이전에 찍은 사진들과 좀 다르네 생각했다. 나와 다르게 조금은 다정함이 보여 그 사진이 마음에 들어 몇 컷 더 남기려다 말았다. 배터리가 3%밖에 없었다. 꼭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이러더라 한탄하며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번에도 늘 가던 방향으로 가다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누군가 어쩔 줄 몰라하며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냥 지나가려 했지만 오늘따라 눈길이 갔다. 평소에 나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갑자기 궁금해졌다. 길 한가운데 아이스크림을 보며 뭘 하고 있는 거지


단발의 동그란 머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간당간당하게 남은 카메라에 그 모습을 가득 담았다.


'찰칵'


그러자 하늘 속 별빛을 닮은 두 눈동자가 나를 가득 채웠다. 그녀의 얼굴은 반가움으로 가득 찼고 나는 당황했다. 그러곤 어색하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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