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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이 밤을 가득 채워

너를 담았던 내 인생

by 지원

“사랑이 뭐길래 누군가를 죽이고 또 누군가를 살리는 걸까. 우리가 지금 하는 것도 사랑일까”





급하게 지나쳐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털썩 누우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사랑하니까 우리가 함께라고 했던가


그럼 우리는 이제 사랑하지 않아서 이별을 한 건가. 아니 너와 나는 같은 마음이 아니라 사랑이 부서진 건가



놀란 심장은 아직까지 쿵쾅거렸다. 어쩐지 익숙한 뒤통수라고 생각은 했다. 아까 찍은 사진을 다시 보려고 카메라를 들었다.


아,,, 배터리가 없지.


텅 빈 화면이 마치 내 모습 같았다. 공허한 느낌에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외롭다고는 느껴도 아프진 않았는데 이상했다.



일어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잠을 잘 못 잤는지 이제 막 끝나가는 어제의 봄밤이 차가웠는지 목이 잠겼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간단히 챙겨 먹고 집을 나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씻고 저녁 먹고 늘 같은 일상이다. 조금 달랐던 점이 있다면 다시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그때 왜 우리가 헤어졌던 걸까 내 차가움이 들켜 너를 힘들게 한건가. 내가 사랑을 한 것은 맞는 걸까 너는 사랑을 했던 것일까 사랑이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는 것일까 나는 그 사랑 때문에 이렇게 죽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네가 준 사랑 덕분에 잠시 살아 있었던 것일까. 정말 사랑이 무엇일까



자기 전 충전해놓은 카메라를 들어 다시 아이스크림과 뒷모습을 봤다. 네가 좋아하는 포근한 아이보리 니트였다. 예전 실수로 쏟은 와인에 옷처럼 붉어진 네 얼굴이 떠올라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다 세월의 흔적이 전혀 담기지 않은 어제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반가운 표정이었을까. 잠깐 본 얼굴에 내가 착각을 한 건가 내 표정은 어땠을까 분명 녹아버린 캐러멜 같았겠지. 다시 만나면 이렇게 후줄근 한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넌 여전히 예뻤다. 햇살 같은 따뜻함이 묻어있었다.


어떻게 거기 있었던 걸까 우연인 건가. 묵직한 몸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다시 또 머리가 아팠다. 마치 내가 예전을 그리워하면 안 된다는 것처럼 사이렌이 울렸다. 그렇게 또 잊고 싶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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