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산책을 하다 감이 떨어졌다.
무르익기도 전 땅에 떨어져
영양을 다 공급받지도 못한 채
어미 나무에서 톡 떨어져 나온 감.
가을을 기다리지 못해
여름이 너무 좋아
혼자 떨어져 버렸다.
뭐가 그리 급한지.
나뭇잎과 닮은 색으로
푸릇푸릇 아직 커지지도 않은 아기 감이다.
아, 그게 아닌가
혹시 나처럼 시간이 흐르는 것이 두려워
몸과 마음이 익어가길 거부하는 것인가.
정해진 길을 가기 싫어
무리에서 벗어난 걸 지도 모르겠다.
저는 온도를 닮은 사람입니다.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때론 미지근하기도 합니다. 저의 온도들을 작품에 담아 드립니다._智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