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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울타리

마음의 벽

by 지원

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아이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자기 자신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아이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냥 즐겁고 행복한 아이로 본다.


아이는 자기 자신을 투명 울타리로 가둔다.

그 주변에는 지름 2M 정도의 동그란 원이 그려져 있다.


친구들도 그 선 안으로 들어와 본 적이 없고,

자신도 그 원 밖으로 나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 아이는 항상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함없고, 우직하다고 느낀다.


그 원은 아이에게 오직 자신만의 공간이며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자신에겐 산소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원 안으로 무작정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뒷걸음질 쳐 다시 거리를 유지한다.


그때 아이의 모습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며

동공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은 처음 보는 아이의 모습에 놀라 아이의 주변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러면 아이는 그 원 안에서 주저앉아 눈물만 뚝뚝 흘린다.





이러한 일들이 수없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에 이젠 아무런 감응이 없다.



또 떠나갔구나,,,,


다시 혼자가 된다.


다시 외로움을 느낀다.


다시 적막이 흐른다.





아이는 아무런 말이 없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무서워한다.


함께라는 즐거움을 주었다가 빼앗아 버리는

동그란 선이 이젠 원망스럽다.




원 안에서 함께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지겨워졌다.


그래도 동그라미 밖 세상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해 선뜻 나서지 못한다.



하지만 나가고 싶다.

아이는 진심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나 이제 나가고 싶어. 근데 원 때문에 못 나가겠어.

그래서 항상 원 밖을 지키는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나도 원이 있어.

네 곁에 올 땐 그 원의 영역을 넓히는 거지.

네가 들어올 수 있게 말이야"



친구는 울며 말하는 아이를 보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원 밖으로 한 번도 나오지 못한 아이에게 나오라는 말 대신 손을 뻗었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 손을 당겨줘"


아이는 그때도 잠시 고민을 했다.



"네가 원 안으로 들어와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친구는 고민하는 아이에게 진솔함을 건넸다.


"난 너를 더 알아가고 싶어. 넌 어때?"


아이는 친구를 보며 손을 당겼다.


"나도 그래."





친구는 원 안에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는 처음 느껴보는 따뜻한 체온에 할 말을 잃었다. 그 따뜻함을 잃고 싶지 않아 더 꽉 껴안았다.



"울고 있는 너를 밖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안아줄 수 있어서 더 좋아"


그리고 아이는 생각한다.


애초에 투명 울타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것을



-

사람과의 일정한 거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영역을 넓혔다고

내가 반드시 영역을 넓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덜 외롭고 덜 지치려면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주고받는

친구 하나쯤은 있어야


세상이 밝음을 더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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