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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Jan 04. 2022

현실 속 상상의 폭포를 찾아라!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의 속살을 찾아서

폭포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물으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제주에서 처음 만난 천지연폭포, 가곡으로 유명한 박연폭포, 첫사랑과 올랐던 추억의 설악산 비룡폭포, 버킷리스트에 있는 나이아가라폭포나 이과수폭포 등 실제로 보거나 보고 싶은 폭포를 말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김수영 시인의 시 ‘폭포’가 떠오른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우리 관념 속 폭포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폭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폭포의 세찬 물살 아래에서 죽비를 맞는 느낌이 든다. 물론 먼 거리에서 내리꽂는 곧은 정신이 자아인 듯 뿌듯한 마음으로 완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드물겠지만.

우리는 살면서 쉽게 현실과 타협하고 불의 앞에서 눈 감은 적이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난 그랬다. 읽고 난 후 생각을 가다듬다 보면 시 속의 ‘곧은’은 우리에게 이제부터라도 ‘곧은 소리’를 외치라고 주문을 걸어오고 있는 것 같다. ‘곧은’은 아니지만 ‘신기한’이 주술을 걸어서 찾아간 폭포가 있다. 바로 Grand Falls(그랜드 폭포)와 Ruby Falls(루비 폭포), Watkins Glen State Park Falls(왓킨스 글렌 주립공원), 영화<Twilight> 배경이었던 Multnomah Falls(멀티노마 폭포), 그리고 캐나다와 미국에 걸쳐 있는 Niagara Falls(나이야가라 폭포)가 그것들이다. 이제 마음보다는 몸이 차가운 폭포를 그리워하게 될 여름이 우리에게 꼬리치며 올 때 그 꼬리를 타고 폭포와 함께 떨어져 보자, 현실이 안 되면 꿈속에서라도.


초콜릿 폭포 찾아 삼만 리

‘Grand Falls'(그랜드 폭포)는 Arizona주 Leupp의 인디언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폭포로 정식 명칭은 ‘Grand Falls'지만 미국 사람들은 애칭처럼 ’Chocolate Falls‘(초콜릿 폭포)라고 부른다.

이  폭포는 Colorado River(콜로라도 강)의 지류인 Little Colorado River의 강물이 만들어낸 폭포로 얼음이 녹은 후인 봄에 가면 수량이 엄청나지만 여름에는 일반적으로 말라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갔을 때는 운이 좋게도 전 날 비가 엄청 많이 와서 초콜릿 폭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여기서 ‘전 날 비가 엄청 많이 와서’에 엄청난 사연이 담겨져 있다. 그 사연인 즉은 이렇다.

미국인도 잘 모르는 그래서 한국인은 전혀 알 수 없는 폭포를 보여준다는 남편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나도 기대에 부풀어 뜨거운 아침 햇빛에 콧노래를 얹어서 출발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마치 찜통에서 찌는 옥수수처럼 뜨거운 기운을 인내하고 있었다. GPS로 맞춘 곳에 왔는데 폭포는커녕 인적도 없는 초원만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우린 가까운 GAS STATION을 찾아가 ‘Grand Falls'나 ’Chocolate Falls‘를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I don't know."와 상상 속 장소를 찾아가는 동양인을 바라보는 신기한 눈초리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며 덤으로 천둥 번개까지. 이름만으로도 겁이 나는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서 우린 차를 세우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속수무책이란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난 너무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남편은 뭔가를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다. 물어 보니 위도와 경도가 잘못된 것 같아서 그것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는 답이 왔다. 창밖엔 와이퍼가 실력 발휘를 못할 만큼의 폭우가 내리붓고 거기에 천둥 번개가 박자까지 맞추고 있는데 수학 계산이라니! 이미 시간은 배꼽시계로도 저녁 즈음이고. 내가 너무 겁에 질려하자 남편도 폭포 찾기를 일단 포기하고 호텔로 향했다. 가다 보니 비는 그쳤지만 주변의 길들이 엄청난 물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날 밤, 우린 도대체 왜 ’Chocolate Falls‘라는 애칭까지 있는데 사람들이 전혀 모를까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하여 그 폭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음 날 아침에 재도전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드디어 우리는 다음 날 상상으로 남을 뻔했던 ‘Grand Falls'와 조우했다.

그리고 보는 순간에 알았다. 폭포의 거대한 규모 때문에 ‘Grand Falls'로, 폭포 빛깔 때문에 ’Chocolate Falls‘라는 걸.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봤다면 ’흙탕물 폭포‘라고 불렀을 것 같은데 미국인들은 달콤한 초콜릿을 연상했다니! 흙탕물과 초콜릿 사이의 크나큰 간극에서 우리와 미국인들의 관점이 너무도 다르다는 걸 재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관객이라곤 우리밖에 없는 계단식 폭포에서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초콜릿을 보다 보니 어제의 두려움은 다 사라지고 이런 멋지고 특이한 폭포를 못 봤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순간이 너무 감사했다.

한참 보고 있으니 마치 인디언들의 눈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 폭포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기우 아닌 기우를 해봤다.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주어진 달콤한 기쁨처럼 우리 마음에 오랫동안 남은 ’Chocolate Falls‘, 미국판 새옹지마(塞翁之馬)를 연출한 ‘Grand Falls'. 여행도 고진감래(苦盡甘來)임을 톡톡히 배운 1박2일 폭포 탐험.


보석 같은 Ruby Falls

Tennessee주 Atlanta 근처 Lookout Mountain 안의 동굴에 있는 Ruby Falls(루비 폭포)는 미국에서 가장 깊은 지하 폭포다. 지하 340m 땅속의 거대한 폭포 이름이 Ruby Falls인 것은 이 폭포를 최초로 발견한 램버트 씨 부인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하는데 그 모습도 너무 아름답고 우아해서 보석 루비를 떠올려도 손색이 없을 거 같다. 이 폭포는 약 3000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추측되는데 지각 변동으로 인해 석회암에 틈이 생겼고 이 틈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Ruby Falls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열 명씩 한 팀을 이뤄 가이드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90m까지 내려가야 한다. 또한 동굴에 도착해서도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이동하며 탐험을 해야 한다. 

Ruby Falls라는 주연배우를 만나러 가는데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들-Cactus Candle, Crystal Chandelier, Niagara Falls, Dragon Foot, Leaning Tower, Angel's Wing-이 이름표를 달고 우리를 맞이한다. 자연의 모습을 보며 이름을 짓는 작명 취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다 즐기는 취미활동인 거 같다.

이름표와 모습을 보며 짝맞추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 동굴탐험의 하이라이트인 동굴 끝부분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땐 깜깜하지만 잠시 후 조명등이 켜지자 모두의 입에서 “와우”하는 감탄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50m 길이의 폭포가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관객을 향해 리사이틀을 벌인다. 그 공연은 지하 동굴 속에서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섞인 감동의 칵테일을 마시는 기분과도 같았다.

드디어 주연배우인 Ruby Falls는 환호성과 박수갈채 속에 사라진다. 사라진 뒤에 앙코르를 외쳐도 다시 나타나지 않는 그녀를 뒤로 한 채 동굴탐험의 막은 내려진다. 지하 동굴에 우아한 폭포까지 완벽한 동굴세트인 Ruby Falls.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눈에 담고 나오는 우리 마음에도 아름다운 추억의 석순이 자라는 듯했다.


Watkins Glen State Park에서 폭포를 아이 쇼핑하다!

New York주에는 여러 손가락 모양의 호수가 있는 Finger Lake라는 지역이 있다. 우리는 그 중 가장 큰 호수인 Seneca Lake(세네카 호수) 근처에 있는 Watkins Glen State Park(왓킨스 글렌 주립공원)으로 떠났다. 목적은 각양각색의 폭포를 아이 쇼핑하려고.

우리는 먼저 무수히 많은 돌계단을 걸으며 수십 개의 폭포를 볼 수 있는 Gorge Trail을 선택했다. 침식 작용이 만든 협곡을 옆에 두고 한참 걸어서 올라가다보면 갑자기 “와우”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폭포를 만난다. 바로 내 눈 30cm 앞에서 낙하하는 폭포가 마치 물 커튼을 드리운 듯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데 한 외국인이 폭포를 앞에 두고 불교식 합장을 하며 무언가를 비는 모습을 보니 더욱 신기했다. 그 폭포 앞은 지하철역에서 줄을 서듯 많은 이들이 폭포를 감상하느라 정체가 심했지만 그래도 막상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보니 청량음료가 따로 없었다.

더 올라가다보니 이번엔 또 다른 폭포가 준비한 물세례 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여름인지라 우리는 그 시원한 선물을 아주 반갑게 받으며 걸어 올라갔다. 협곡들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다가 동굴을 지나니 멋진 Sentry Bridge가 나타난다. 거기서 내려다보는 폭포는 장관 그 자체였다. 마치 우리나라 변산반도의 채석강이 파노라마처럼 끝없이 펼쳐진 것 같았다. 굽이굽이 구부러진 협곡과 폭포가 만든 모습은 바람과 햇빛 그리고 물이 수만 년의 시간을 갖고 만든 걸작이었다.

우리는 걸작이 주는 감동과 흥분에 감탄사만 연발하다 왔기에 이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Indian Trail로 접어들었다. 여기는 Gorge Trail과는 달리 삐걱거리는 나무다리를 건너고 고즈넉한 숲길도 걸을 수 있어서 협곡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걷다가 아래를 보니 Gorge Trail의 웅장했던 협곡들도, 그 협곡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사람들도 아주 작게 보였다.

그 안에 있을 때 거대했던 것도 조금만 떨어져 밖에서 보면 작게 보인다. 아주 단순한 발견이지만 내게는 삶의 또 다른 지혜로 다가왔다. 힘들고 지칠 때 그 안에서 마음을 끓이지 말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새 나 자신을 보듬어주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폭포도 아이쇼핑하듯 인생에서 가끔은 사람을 아이쇼핑하는 것도 생활의 지혜란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아이쇼핑 대상이 되어 생활의 지혜를 던져준 건 아닐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내려오는데 가슴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영화가 사랑한 폭포, Multnomah Falls

Oregon주에 있는 Multnomah Falls(멀티노마 폭포)는 189m에서 떨어지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폭포로 Upper Falls 162m, Lower Falls 21m인 2단으로 되었는데 폭포 중간에 우아한 자태의 Benson Bridge가 있어 멀리서 보면 날렵한 여인처럼 예쁜데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폭포의 길이가 길어서 웅장함까지 느껴지는 예술적인 폭포라고 할 수 있다.

폭포 가운데에 있는 구름다리까지 올라가는 산책로에는 꽃과 풀, 나무들이 싱싱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폭포에게 받은 기운을 손님들에게 전해주기라도 하듯이. 막상 Benson Bridge에 올라가서 아래의 폭포를 보니 눈과 입이 감동의 물결이라면 두 다리는 긴장감으로 꼿꼿해졌다. 그럼에도 인간이나 자연 모두 올려다보는 것보다 내려다보는 맛이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Multnomah Falls는 한 때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Twilight>의 엔딩 크레디트에 나온 폭포로 그 영화의 인기 덕분에 포틀랜드의 관광 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미국도 영화의 힘이 대단해 Multnomah Falls를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가 무척 힘들었다. 우리는 개인 사진사를 대동하지 못해서 자동으로 설정해 놓고 찍는데 포즈를 잡으면 중국인 무리가 지나가고, 다시 포즈를 잡으면 이번엔 인도인이 지나가고...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어렵게 Multnomah Falls과 함께 기념사진 찍는데 성공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물론이고 영화 속 배경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Multnomah Falls. 그래서 이 폭포의 주제는 ‘주제를 파악하자!’로 정했다, 우리 맘대로.


나이야 가라? Niagara Falls!

영화 <박하사탕>의 명대사 중 하나인 “나 돌아갈래~” 누구나 한번쯤은 외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주는 무게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내 청춘 돌리도” 혹은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래” 등등 표현은 달라도 종착점은 패기 가득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먹을수록 줄어들지 않고 늘어만 가는 나이라는 신기한 녀석. 그 녀석에게 통쾌하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곳, 바로 Niagara Falls(나이야가라 폭포). 그런데 이 한 방을 어디에서 먹이느냐가 중요하다. 왜냐면 Niagara Falls는 미국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캐나다에서 바라본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사람들도 앞태와 뒤태가 다르듯이, Niagara Falls는 크게 미국 폭포인 American Fall과 그 옆에 있는 Bridal Veil Fall 그리고 캐나다 폭포인 Horseshoe Fall 세 개로 나눌 수 있다. 폭포를 볼 수 있는 크루즈도 미국은 푸른 비옷을 입고 타는 ‘Maid of the mist’, 캐나다는 분홍 비옷을 입고 타는 ‘Hornblower’로 나뉜다. 우리는 20여 년 전에 파란 비옷을 입었기에 이번엔 분홍 비옷으로 결정하고 우선 미국에서 Niagara Falls를 보기로 했다. 눈으로만 봐도 그 폭포의 웅장함은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 그 옆에 붙어있는 면사포 폭포를 보니 그 규모가 너무 커서 거인국 아가씨가 써야할 것만 같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캐나다 Niagara Falls를 보기 위해 Rainbow Bridge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니 우리 차 내비게이션이 갑자기 헤매기 시작했다. 이유인 즉 여기는 캐나다이니 미국 명령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그래도 미션이 있기에 우린 다정한 분홍 우비 남매가 되어 Hornblower Cruise에 탑승했다. 어제 바라본 미국 Niagara Falls 앞까지 가자 앞에 놓인 거대한 설산 같은 폭포를 보며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캐나다의 건너편 Horseshoe Fall로 가는 도중에 미국 Maid of the mist Cruise를 만나자 양쪽 탑승객 모두가 전 세계 공통 여행 언어인 손을 흔들며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었다.

드디어 우리 크루즈가 Horseshoe Fall의 속내를 보러 들어갔다. 엄청난 폭포의 양과 소리에 압도되면서 폭포가 주는 물세례를 실컷 맞고 나니 물아일체가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거대한 대자연의 모습이나 울림을 단지 작은 두 눈과 얇은 두 귀로밖에 느낄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실감하면서도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아무런 대가 없이 준 조물주에게 경의를 표하다 보니 정작 우리의 미션인 ’나이야 가라~‘를 잊고 말았다. 크루즈를 타고 Horseshoe Fall을 습식으로 체험했다면 이번엔 Whirlpool Aero Car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나이아가라 강과 폭포를 위에서 우아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아찔한 높이에서 아래를 보면 마치 강이 아니라 바다가 소용돌이치듯 힘차게 내려가는 물살과 폭포의 모습으로 인한 스릴감도 있지만 오금이 저릴 때가 더 많았다. 그래도 온몸이 젖지 않아서 우리는 Horseshoe Fall 건식 체험이라 부르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다 밤이 되자 전등으로 Horseshoe Fall을 비추는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다양한 색의 옷으로 갈아입는 폭포를 보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들도 저렇게 무수히 많은 옷을 갈아입으며 왔겠지‘라는 생각에 닿았다. 그 순간 나는 “나이야~가라!”를 외치며 미션 수행을 완료했다. 그리고 나를 찾아오는 나이와 동반자가 되어 소소한 일상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미션에 서명을 했다. 이것이 Niagara Falls가 우리에게 던져 준 새로운 미션인 소·확·행!

자, 이제 남들과 같은 휴가는 가라! 난 나만의 여름휴가를 즐기겠다!

그럼, 올해는 폭포와 함께 하는 여름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준비해 보자.


-폭포 소리를 들으며 그늘을 이불 삼아 달콤한 오수를 즐기기

-폭포 아래 수박 둥둥 띄워 놓고 독서삼매경에 빠져 보기

-폭포 소리와 노래 대결해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워보기

-폭포가 만든 웅덩이에 풍덩 들어가 개구리 헤엄쳐 보며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

-폭포 소리를 배경음 삼아 핫팬츠 입고 걸으며 시니어 패션모델 되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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