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여 Feb 16. 2022

꼭꼭 숨은 사랑
꽃, 꽃으로 전해 보세요

“스님,언제쯤 가면 매화를 볼 수 있을까요?”

“다음 주말에는 온다고는 했는데... 매화가 한 약속이니 올지 말지 그건 저도 모르죠.”

겨우내 움츠린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봄의 전령사 매화. 그래서인지 입춘이 지날 때면 지인이 들려준

이 대화가 떠오르곤 한다. 꽃소식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이 잘 드러나서.

얼마 전 뉴스에서 코로나로 모든 행사가 비대면으로 바뀌다보니 화환이나 꽃다발을 주고받는 일이 없어져서

자식처럼 키운 꽃들을 갖다버리는 화훼농가의 모습을 보았다. 졸업식과 입학식, 그리고 기쁜 소식이 있는 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주는 이의 마음을 전해 줄 꽃들이 무참히 뽑히고 잘려서 버려지는 현장이 꽃들에게는 전쟁과도 같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나 구정과 밸런타인데이, 정월대보름에 이어 졸업식까지 감사와 사랑, 축하의 마음이 릴레이를 하는 2월. 그 순간 나의 상상력은 역발상과 손잡고 꽃, 꽃 이벤트를 떠올렸다. 그 이벤트는 구정 때 만나지 못하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그 분들의 탄생화나 평소에 좋아하는 꽃을 보내며 직접 만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로 대신해 보라는 계시로. “할아버지 전시회 축하드려요. 오래 오래 그림 그리는 모습 보고 싶어요,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림 속 붓꽃 보내드릴게요.” “저번에 섭섭하셨죠? 올해는 아빠 사진 찍는데 모델 꼭 되어 드릴게요, 그것도 무보수로요. 데이지 같은 딸이.” “어머니, 평생 꽃 한 송이 못 드렸네요, 그래서 이번 생신에 탄생화 장미꽃 100송이 보냅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형님, 힘들게 지은 고구마랑 배추 너무 감사했어요, 형님 좋아하는 수국으로 대신할게요.” “배 속에 품어 주고 낳느라 고생한 당신에게 핑크빛 안개꽃으로 기쁨과 고마움을 함께 전할게.” 밸런타인데이에는 정성껏 고른 노란 튤립에 앙증맞은 다크초콜릿 하나 얹어서 진한 사랑을 표현하거나 소박한 라일락꽃으로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첫 사랑을 고백해 보자. 비록 언택트지만 졸업식이나 입학식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의미로 프리지아를,

“완벽한 성취‘를 향해 용기 있게 한 걸음 내딛으라는 의미에서 노란 장미를,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고생한

부모님께는 감사의 의미로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목화꽃을 전해 보자. 꽃이 전하는 메시지를 따라 마음을

움직여 보면 좋은 추억, 힘든 기억, 불편했던 관계, 서운했던 마음들이 꽃향기 속에서 새로운 감정으로 변신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꽃이 부리는 마술이 아닐까 싶다. 추운 겨울을 따스한 봄으로 바꿔 놓듯이 우리의 마음도 향기롭게 바꾸는 마술. 이번에는 우리가 꽃이 걸어오는 마술에 못 이기는 척 걸려 보면 어떨까? 그 순간 화훼

농부의 입가에도, 꽃을 주고받는 우리의 입가에도 꽃보다 아름다운 행복한 미소가, 입안에는 초콜릿보다도 더 달콤한 사랑이 번지리라. 그 느낌으로 ’하루‘라는 꽃을 즐겁게 키워 보자. 그리고 마음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봄을 맞이해 보자. 

작가의 이전글 현실 속 상상의 폭포를 찾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