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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Aug 25. 2021

초등 3학년이 벌써 시작됐다.

첫 단어시험과 선생님의 메모

Sending the kids back-to-school makes me want to cry... tears of joy.


미국 초등학교의 여름방학은 정말 길다. 약 3개월에 가까웠던 여름방학이 드디어 끝나고 지난주에 개학을 맞았다. 미국에서는 가을부터 새 학년 시작이 되기 때문에 벌써 3학년이 되었다. 엊그제 유치원에 입학을 했던 것 같은데 초등학교에 다닌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새 학년에 올라갈 때 즈음이면 늘 느끼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개학하기 일주일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갖는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학교에 오는 것을 피하고자 두 개의 시간대를 정해서 반반씩 학교에 오도록 했다. 정해진 시간에 초등학교로 찾아가니 정문에는 교장선생님과 비서, 보건 선생님이 학부모와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학부모님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시간이 나는 대로 새로운 반의 위치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계셨다.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정문과 복도를 지나 똘똘이의 3학년 교실에 도착을 했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과 일찍 도착한 학부모님들 몇 분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해진 식순은 없더라도 안내 또는 소개의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자유롭게 삼삼오오 대화를 하고 선생님께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자기가 앉을자리를 미리 둘러보는 정도였다.


식순도 안내장도 교내 방송도 없는 오리엔테이션, 한국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교장선생님만 정장을 입었을 뿐, 선생님들은 청바지, 면바지, 원피스... 각양각색 편안한 옷차림으로 학부모들을 맞는 모습이었다. 십여분 만에 만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미국의 초등학교 행사는 언제나 한국보다 가볍고, 부담이 없다.


개학을 하기 하루 전날, 약간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3개월 가까이 여름방학 내내 점점 자는 시각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기상시각도 늦어졌다. 학기 중에 8~9시에 잠이 들고 늦어도 아침 6시에는 잠에서 깼지만 방학에는 아침 8~9시에 기상을 하곤 했다. 학교가 시작되면 아침 7시 35분~7시 55분에 등교를 해야 하고, 8시가 넘으면 지각으로 처리가 된다. 따라서 아침밥은 6시 반, 양치질은 7시에 해야 하는데 과연?


적응은 잘할지, 긴 학교 일과가 힘들진 않을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모든 것은 기우였다. 똘똘이는 학교를 다시 가게 되어 너무 좋다며 정확하게 아침 6시에 기상을 했다. 생각해 보니 형제가 없는 외동아들 똘똘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다는 설렘이 더 좋았나 보다. 야호~ 정말 다행이다! 계란 프라이에 간장을 넣고 쓱쓱 밥을 비벼 한 그릇을 뚝딱하고는, 7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차를 타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차를 타고 학교로 출발, 아침마다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일상은 미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하다.  


수업 첫 날을 마치고, 하루가 어땠는지 궁금한 엄마와 아빠. 하지만, 그냥 좋았다고 하는 똘똘이. 가방에는 두 개의 새 폴더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숙제 폴더, 하나는 학부모 폴더. 학부모 폴더에 들어있는 종이 한 장은 단어시험을 본 종이였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단어 시험을 본 적이 있었나? 예전 교사 경험으로는 초등 1~2학년 때만 주로 문장이나 최소 한 구절 이상의 받아쓰기를 시켰고, 단어시험을 본 적은 없었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문장으로 시험을 본 적은 없었고 단어 스펠링을 잘 아는지 시험을 자주 보았는데 3학년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단어시험 종이에서 눈에 띈 것은 시험 결과가 아닌, 종이 아래쪽에 적힌 메모들. 똘똘이가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답장을 해 주셨다. 똘똘이의 선생님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선생님의 따뜻한 답장에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선생님이 써 주신 세 문장의 글이 왠지 내게도 힘과 용기를 주는 것 같은 기분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그 어떠한 만남 보다도 소중하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긴 여름방학이 언제 끝나나 했는데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새 3학년이 시작되었다. 학교 전체에서 한국 사람은 똘똘이가 유일하고, 반에서 아시안은 똘똘이가 유일하지만 뭐가 문제이랴, 좋은 선생님과 많은 친구들이 있는 3학년 학교 생활도 더없이 즐거우리라 믿는다.


어쨌든 개학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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