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학교는 한국과는 달리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5월 중순쯤 초등학교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길고 긴 여름방학을 맞는다. 새 학년은 8월 중순 전후에 시작되니 3개월씩이나 여름방학을 보내야 한다.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된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견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름에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해서 아이들의 결석이 잦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일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학교를 시작했을 거라고 한다.
그동안 여름 방학하면 한 달 정도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정의되었었는데 미국에 와서부터는 석 달이라는 기간으로 재정의되었다. 긴 여름방학 동안 미국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 여름방학이 무척 길기 때문에 많은 미국의 가정들은 가족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길게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 아빠도 휴가를 모았다가 여름방학 때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직장인은 기본적으로 연차휴가(annual leave)를 10~20일 이상 받는다. 미국의 직장 문화는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근무기간에 휴가를 쌓아두었다가 필요한 경우 언제든 쓴다 해도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주말과 휴일을 포함하여 모두 연차를 쓴다고 하면 한 달이라는 휴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 가정 중에 직장인 엄마, 아빠라 할지라도 여름방학 때 한꺼번에 휴가를 내고 한국에 한 두 달 방문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많은 아이들은 여행 이외에도 여름캠프라는 이름의 갖가지 특별수업을 받는다. 초등학교 이상의 학교에서는 대부분 여름방학 기간 동안 캠프나 여름학교를 운영한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한글학교 등의 교육 관련 기관에서도 캠프를 운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의 많은 교회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여름 캠프를 운영한다. 한국의 경우 인구 절반이 무교지만 미국은 기독교이다. 미국 소도시에서 느끼는 기독교의 비율은 훨씬 더 크다. 동네 곳곳 교회가 있고 마을 사람들을 모으는 중심지로서 역할을 한다.
여름에 진행되는 캠프의 종류와 내용은 정말 다양하다. 주로 게임, 요리, 음악, 미술, 체육 활동, 자연 체험, 과학 실험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을 위주로 한다. 미국의 여름캠프 프로그램은 온라인(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으로 모두 안내가 되기에 찾아보기가 쉽다. 등록 및 참가비 접수도 Venmo나 PayPal 등을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가비는 일주일(월~금)에 100불부터 4~500불 정도로 매우 폭넓다. 악기, 무용, 스포츠 등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는 경우 더 비싸다. 인근 대학에서 대학 농구선수들과 함께 하는 농구 캠프는 3일에 200불이고, 악기 레슨의 경우에는 30분에 30불(1분에 1불) 이상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똘똘이네 초등학교에서는 여름방학 거의 내내 STEM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 5일을 기준으로 150불을 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이 되는 프로그램이므로 다른 캠프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주별로 주제가 다르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보낼 수 있고 가고 싶은 주 전에만 온라인으로 돈을 지불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오전반/종일반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많고 많은 여름캠프 중에서 어디를 보내야 할지, 얼마 동안 보내야 할지 결정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똘똘이는 학교 STEM 캠프에 일주일 정도 갈 예정이고 7월에 있을 한글학교 캠프에 참여하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집에서 3가지의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하여 '엄캠, 아캠, 똘캠'. 엄캠은 엄마 캠프로 같이 한글 공부를 하는 것, 아캠은 아빠 캠프로 같이 수학 공부를 하는 것, 똘캠은 똘똘이 캠프로 똘똘이와 함께 게임을 하거나 놀이를 하는 것이다.
엄캠, 아캠, 똘캠 세 가지 캠프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계속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