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 is contagious. The student will react to your positive energy. -Richard Curwin-
이번 2블록의 요리수업은 주먹밥을 만들어 먹기로 계획을 했다. 원래 2블록 마지막 시간이었던 2월 마지막 주에 하기로 계획을 했는데 일주일 당겨져서 수업을 진행했다. 2월 말에는 터키어반에서 요리수업 때 필요한 작업 카트를 쓰기로 먼저 예약을 했다고 연락이 와서 한국어반에서는 그 전 주인 2월 14일 금요일에 요리수업을 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 주먹밥을 만들어 먹고 난 후에는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한국어 표현도 알려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주먹밥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 초등학생들과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김 주먹밥을 선택했다. 지난 1블록 때 아이들 간식으로 조미김을 맛보았을 때 호불호 없이 다들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모든 재료를 구하기 쉬우면서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은 주먹밥으로는 김 주먹밥이 딱이겠다 싶었다. 한국산 조미김은 코스트코에서 도시락 김으로 상시 팔고 있었기에 구하기가 쉬웠다.
고슬 고슬 흰쌀밥에 소금, 김가루, 참기름, 깨소금을 섞어서 주먹으로 꼭꼭 쥐어 만들면 끝. 주먹밥 재료를 설명해 주고 다 같이 만들어서 먹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번 수업 시간에 한국의 밥, 식탁의 모습 등도 수업 내용으로 다루고 싶었다. 미국 초등학생들의 주식은 밥이 아닌, 빵이나 감자. 따라서 주먹밥을 만들어 먹기 전에 우리의 밥상, 다양한 우리의 밥에 대해 먼저 소개해 주고 싶었다.
한국의 밥에는 여러 가지가 종류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용을 대폭 줄여서 5가지만 소개하기로 했다. 오늘의 요리 주먹밥은 무조건 들어가야 하고 김밥도 꼭 들어가야 했다. 코리안 스시가 아닌 한국의 음식, 김밥! 임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비빔밥과 볶음밥도 넣었다. 한국의 식단에서 중요한 국 문화를 간단히 언급하면서 국밥도 넣기로 했다. 이렇게 5가지의 밥 요리에 대해서 미국 아이들에게 소개를 해 주었다.
이제 주먹밥을 만들 시간이 되었다. 간단한 요리 실습이었지만 집에서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마음은 상당히 분주했다. 일반 교실에서 진행해야 하는 수업이기에 모든 재료를 바로 사용하기 좋게 통에 잘 담아 준비해야 했다. 주먹밥 재료와 더불어 개인 접시, 비닐장갑, 종이 깔개, 물티슈 등을 챙겼다. 남은 주먹밥은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집락백도 가져갔다. 주먹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재료는 흰쌀밥. 혹시 모자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국 선생님 한 분께 흰밥을 더 가져와 주실 것을 부탁했다.
내가 준비한 밥통 하나, 여분 밥통 하나, 모두 2개의 밥통에 가득 들어있는 흰쌀밥이 아주 든든하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빌린 작업 카트 위를 깨끗이 닦고 밥통과 주먹밥 재료를 모두 보기 좋게 놓았다. 위생을 위해 재료를 만지고 주먹밥을 만들 땐 선생님, 학생들 모두 비닐 위생장갑을 쓰기로 했다. 개인별로 깔개 종이와 그릇, 비닐장갑 하나씩 나누어 주고 모둠별로 앞에 나와 줄을 섰다.
김 주먹밥이 오늘의 요리였지만 아침에 재료를 준비하다가 한 가지보다는 두 가지 주먹밥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나 더 재료를 준비했다. 당근, 호박, 양파 3가지 야채를 잘게 다지고 볶아서 가지고 갔다. 아이들에게는 김, 야채, 김+야채 중에서 재료를 고르도록 했다. 10명 정도의 아이들은 야채 주먹밥을 원했고 몇 명 아이들은 색깔이 너무 예쁘다며 야채를 많이 넣어달라고도 했다. 준비하길 잘했다.
요리 수업은 준비 과정,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식사 예절을 잘 지키며 먹고 뒤처리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요리 실습실이 아닌 일반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할 땐 이 부분을 더 강조해야 했다. 식사 중에는 돌아다니지 말 것, 식사 시 떠들거나 장난치지 말 것, 식사 후에는 깔끔하게 정리할 것. 이 3가지를 잘 안내해 주고 주먹밥을 시식하도록 했다.
요리 수업 땐 아이들이 들뜨기 마련, 혹시나 너무 주의 산만할까 약간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이들 모두 질서 있고 예의 바르게 주먹밥을 만들고 시식을 했다. 주먹밥을 다 만들어서 먹고 약 10분 정도의 수업시간이 남았다. 이때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사랑해요! 왜냐하면 오늘은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니까~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주먹밥 수업 한 주 전에는 시립 도서관에서 어른 대상으로 하는 선착순 무료 워크숍이 있었다. 도장을 만든다고 해서 미국 사람들도 도장을 만드나? 하는 호기심에 처음으로 워크숍에 참가를 했다. 네모난 고무판에 조각도로 무늬를 새겨서 도장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다들 무늬를 새길 때 나는 왠지 모르게 한글을 새기고 싶었고 선택한 글자는 '사랑'이었다.
초등학교 수업을 위해 이 도장을 쓰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만든 거였는데 주먹밥 수업 하루 전 날 도서관에서 만든 도장이 내 눈에 띄었다. '내일은 밸런타인 데이니까 아이들에게 사랑 카드를 한 장씩 선물로 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캘리그래피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먹물을 꺼냈고, 도장에 골고루 먹물을 묻혀서 가로로 접은 종이에 꾹! 찍으니 멋진 사랑 카드가 완성이 됐다.
주먹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 카드를 나눠주기 전에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밸런타인데이, 한국에서는 사랑 고백을 하는 날, 그래서 준비했다고 하면서 사랑 카드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사랑해!"를 외치고, 아이들은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치며 수업을 마쳤다. 한국어 실력이 아직 한참 부족한 미국 초등학생들과 주고받은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