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K-pop 수업은 찬스가 필요해

남편 찬스, 대학생 찬스 감사합니다.

by Olive

The mediocre teacher tells. The good teacher explains. The superior teacher demonstrates. The great teacher inspires. -William Arthur Ward-


미국 초등학교 한국어반 수업에서 꼭 가르치고 싶었던 주제는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도 우선순위에 있었던 것에는 태권도와 K-pop이 있었다. 몬태나 보즈만에는 미국인이 가르치는 사설 태권도 학원이 있고 몬태나 주립 대학교에도 태권도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일까, 한국은 잘 몰라도 태권도를 알거나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우리 한국어반에는 태권도를 경험해 본 학생들이 3명 있었다.


태권도를 한국어반 수업에서 꼭 가르쳐보고 싶었으나 왠지 나는 자신이 없었다. 태권도는 대학 시절 몇 달 배운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옆을 보니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태권도 검은띠까지 딸 정도로 오랜 기간 태권도를 열심히 배워본 경험이 있었다. 이번 수업은 남편 찬스를 쓰자! 태권도 수업은 검은띠를 가지고 있는 남편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가르치는 것이 훨씬 좋겠다 싶었다.


다행히 금요일 오후에 한 시간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었던 남편은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사실 한 시간 동안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초등학생들에게 태권도를 얼마나 가르치랴 싶기도 했다. 하지만 서기, 지르기, 막기, 차기, 치기 등 몇 가지 기본 동작을 시범으로 보여주고 간단히 연습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씨앗을 심어줄 수 있는 태권도 수업으로 목표를 삼았다.



수업을 앞두고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수업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태권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 주고 멋진 태권도 시범을 비디오로 먼저 보여주기로 했다. 직접 연습해 보는 것에 앞서 태권도는 정말 멋진 한국의 전통 무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태권도 시범은 미국의 인기 있는 쇼 프로그램 '갓 탤런트'에서 멋지게 선보인 국기원의 시범 영상을 활용했다. 약 2~3분의 시간 동안 아이들 모두 입을 떡 벌리고 감탄을 하며 시청을 했다.


태권도 동작 연습은 남편이 먼저 시범을 보이며 설명을 한 후 전체 아이들이 함께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후에는 개별적으로 한 명씩 찌르기와 발차기를 해 보도록 했다. 발차기할 땐 아마존에서 구매한 태권도 미트를 활용했다. 허공이 아닌 미트에 발차기를 하도록 하니 맞추는 재미가 더해 빵빵 소리도 크게 나서 아이들의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었다.


한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제약이 많아 땀나도록 태권도를 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재미와 의미를 충분히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내가 미리 준비한 태권도 수료증을 한 장씩 수여했다. 한 시간의 태권도 수업이었지만 오늘의 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손글씨로 영어와 한글 이름을 곱게 써서 모든 아이들에게 수료증을 나누어 주었다. 종이 한 장의 수료증에 마음을 담아 뿌듯함을 선사해 줄 수 있었다.



2월의 마지막 수업을 태권도로 마치고 3월의 첫 수업의 주제는 한국의 노래로 잡았다. 우리의 노래 중에서 우선 아기 상어와 K-pop을 알려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에서 BTS 등의 K-pop 가수를 아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아기 상어(Baby Shark) 노래를 알고 있는 아이들은 더 많았다. 신나게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춤도 출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해 보고 싶었다.


아기 상어(Baby Shark) 노래는 워낙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춤 동작도 단순해서 걱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K-pop이었다. K-pop 댄스를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내 몸은 뻣뻣하기만 했다. 나보다는 파릇파릇 젊은 대학생 선생님이 가르쳐주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한국어반 보조 선생님으로 매번 수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은비, 소정 대학생에게 부탁을 했는데 선뜻 "선생님, 저희가 해 볼게요!"라고 대답을 해 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K-pop 수업은 두 대학생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아기 상어(Baby Shark) 노래를 배울 때도 동작을 함께 해 주기로 했다. 두 대학생 선생님이 수업 내용으로 준비한 것은 크게 3가지였다. 요즘 인기 있는 K-pop 뮤직비디오 모음집 감상하기, 레드벨벳 파워업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 노래 배워보기, 춤도 같이 추며 노래 따라 부르기. 어떤 K-pop을 준비할까 궁금했는데 파워업 노래를 듣는 순간 딱 이거다 싶었다. 아이들에게 '바나나' 단어를 알려주며 후렴구 가사를 익힐 수 있도록 하니 금방 따라 불렀다.



아기 상어 노래는 '뚜루루 뚜루'를 신나게 반복하며 불렀고, 파워업 노래는 '바바나나 바바바 나나나나'를 신나게 따라 하도록 했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 덕분에 아이들은 큰 어려움 없이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대학생 선생님 두 분의 춤 솜씨도 멋졌다. 이 수업을 위해 기숙사에서 며칠간 춤 연습을 했다고 하는 두 대학생 선생님들. 그 뜨거운 열정 덕분에 수업은 더 활기찼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2020년 2월의 마지막 수업이었던 태권도, 3월의 첫 수업이었던 한국 노래,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이 두 수업은 남편 찬스, 대학생 찬스 덕분에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수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 손을 내밀었을 때 기꺼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큰 행복이다. 수업을 도와 준 세 분의 선생님들 모두 정말 최고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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