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n't stop playing because we grow old; we grow old because we stop playing. -George Bernard Shaw-
2020년 1월이 지나고 2월이 시작되었다. 2월 초에 처음 갖게 되는 한국어반 수업은 7일 금요일이었고 그다음 날은 정월대보름 날이었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새해 후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인 음력 1월 15일을 말한다. 2020년에는 2월 8일 토요일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그 하루 전날에 한국어반 수업이 있었기에 나는 수업 주제를 정월 대보름으로 잡고 한국의 전통놀이를 하기로 계획을 했다.
정월대보름에는 쥐불놀이, 고싸움, 달집 태우기 등의 놀이를 해야 하지만 교실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1시간이라는 부족한 시간 속에서 바깥 놀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국 초등학생들과 함께 하기에는 실내에서 하기 쉬운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를 경험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이번에도 함께 도와주시는 한국 선생님들의 힘을 빌려 5개의 코너를 설정하고 소모둠 별로 돌아가며 놀이를 체험해 보는 것으로 수업을 구상했다.
사실 미국 어린이들이 외국의 문화를 체험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문화는 음식 문화였다. 하지만 조리실도 없고 수업 재료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음식 수업을 자주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매 블록마다 음식 수업을 하나씩 넣고, 한국 간식을 체험해 보는 기회도 한 번씩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번 HOE 초등학교 한국반 수업은 3개의 블록 그리고 블록마다 5개의 수업으로 구성되기에 모두 3번의 음식 수업과 3번의 한국 간식 체험을 하도록 했다.
지난 1블록 때는 조미김을 맛볼 수 있도록 했고, 이번 2블록 때는 설탕으로 만든 과자인 달고나(뽑기)를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달고나 만드는 도구를 빌릴 수 있어서 오전에 집에서 10개 정도의 달고나를 만들어 가지고 갔다. 아이들한테 이름을 알려줄 때는 설탕 과자라고 소개를 했다. 달고나를 먹어 본 아이들은 없었다. 사탕도 캐러멜도 아니고 둥글 납작한 이것은 도대체 뭐지? 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달고나를 입에 넣고 나서는 아이들의 얼굴에 왠지 모를 안도와 미소가 퍼졌다. 달고나는 한국에서도 맛있었지만 미국에서도 너무 달콤하고 맛있었다.
이번 정월대보름 맞이 한국어반 수업에서 해 볼 전통놀이로는 투호놀이, 칠교놀이, 제기차기, 공기놀이, 비석 치기, 이렇게 5가지를 준비했다. 종이접기 때와 마찬가지로 다섯 명의 선생님들의 다섯 가지 코너를 각기 맡도록 한 것이다. 모둠별로 그냥 체험의 시간을 가져도 좋겠지만 나는 여권 형식의 학습지를 만들어서 놀이 체험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받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여권에는 각 놀이에 대한 설명도 간단하게 실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며 놀이 전에 놀이 방법에 대하여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권 앞면에는 태극기를 실었고, 여권 뒷면에는 한국어반 친구들의 이름을 한글로 모두 실어서 자신의 이름을 알아보게 하고 친구들의 한글 이름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한글 이름은 대부분 이미 익힌 아이들이었지만 다른 친구들의 이름도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의 코너 당 주어진 시간은 약 9~10분, 5가지나 되는 전통놀이를 체험하려면 하나에 주어진 시간이 넉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통놀이 모두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는 것들이었고 고학년 초등학생들이라 놀이도 금방 이해를 하고 따라 했다. 10분의 시간도 결코 짧지는 않았다.
내가 맡은 코너는 비석 치기였는데, 예상보다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했다. 비석을 손등/발등에 올리고 가서 쓰러뜨리기, 무릎 위에 올리고 가서 쓰러뜨리기, 어깨 위에 올리고 가서 쓰러뜨리기 등등, 비석 치기의 방법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뒤뚱 거리며 비석을 몸에 얹고 쓰러뜨리러 가는 모습은 뒤에 줄을 서 있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진짜 돌로 만들어진 비석은 구할 수 없어서 MDF로 만들어진 시중 제품을 사용했지만 놀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섯 가지의 코너를 마치고 난 후에는 모든 아이들이 다섯 개의 스티커를 획득하여 여권에 붙일 수 있었다. 한 사람도 낙오되거나 스티커를 못 붙일 수는 없었다. 모든 아이들이 5가지 전통놀이를 즐겁게 체험했고, 5개의 스티커를 모두 붙였다. 한글로 자기 이름을 썼고, 한 코너를 체험할 때마다 한 개씩 스티커 받아서 붙이는 노력을 들인 여권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기분 좋게 여권을 간직했다.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고, 가르치고 싶은 내용은 엄청 많은 미국 초등학교의 HOE 프로그램. 내게 주어진 시간은 3개의 블록, 단 15시간뿐. 한 시간 한 시간 다른 주제의 내용으로 수업을 기획하고 아이들이 한국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한국어를 조금씩 배워가는 이 시간. 오늘 수업도 역시나 뿌듯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멋진 전통놀이 덕분에 정월대보름을 기념하며 미국 초등학교 교실에서 웃음꽃을 가득 피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