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imit your challenges. Challenge your limits.
지난봄, 우연히 알게 된 미국 대학의 교수님께서 내게 한국에 대한 강의를 부탁해 주신 덕분에 한 시간 동안 한국에 대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대학 강의는 한국에서의 경험이 많기에 부담이 크지 않지만 문제는 여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이었다. 학생들은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는 점, 따라서 모든 수업내용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 그것이 내게는 크나 큰 두려움이자 도전이었다.
국제 경영을 가르치는 이 교수님은 인도에서 오셨다. 미국에 오래전 오셔서 공부를 하셨고 미국의 대학교수로 30년 가까이 일을 하고 계신다.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한국문화의 높은 인기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4월 초, 한 시간 수업을 위해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 논문도 읽고 자료 조사도 하고 영어로 말할 내용을 다 적어서 외우고자 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전혀 달랐다. 영어는 머리로 외운다고 외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완벽하게 입으로 연습된 문장만 겨우 기억이 날 수 있었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내 머릿속은 백지가 된 듯 하얘졌다. 한국어로 강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수업을 마친 후에는 영 마뜩지 않았다. 교수님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수업이라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나를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볼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많은 내용을 전달해야겠다는 욕심이 너무 앞섰다. 그래서 수업 내용이 여러 가지 정보만 쭉 나열하는 식으로 이루어졌고 끝난 후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수업을 마치고서 교수님께서는 동네 스타벅스에서 차를 한 잔 사주셨다. "다음 학기에도 또 부탁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를 하셨지만 그냥 인사치레려니 했다. 그리고는 정확히 6개월 후인 10월 중순에 교수님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짧은 대화 중에 갑자기 이번 가을학기에도 한 시간 한국에 대한 수업을 재능 기부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을 하셨다. 엉겁결에 내 대답은 "Um...Yes... of Course.", 그러고선 집에 오는 내내 '고민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할 걸... 생각을 했다.
지난 수업 때의 아쉬움을 이번에는 만회하자! 재능기부인데 너무 부담 갖지 마!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잖아, 잘할 수도(!) 없고 잘할 필요도(?) 없어! 내게 주문이라도 걸 듯 다시 도전으로 이내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매일 한 시간씩 수업 준비하기에 돌입했다. 수업 날짜는 내가 정할 수 있다고 해 주셔서 준비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늦게 잡았다. 그래서 땡스기빙 전 주인 11월 중순으로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업 날짜를 정하고는 일단 수업내용을 모두 재정비해야 했다.
'한국은 이게 좋고, 저게 좋고, 이런 것이 유명하고, 저런 것이 인기가 많아요.' 식의 수업에서 이번 가을 수업은 그 '이유'에 대한 내용을 꼭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그래프 제시를 지양하고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가 가능한 자료 중심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모든 사회가 좋은 점과 안 좋은 점, 양면을 지니고 있듯이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었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첫 부분, 동기유발에 대한 부분이었다. 담당 교수님이야 한국에 관심이 많으시다지만 미국 학생들은 한국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는 일. 수업 앞부분에는 나와 가족에 대한 소개를 담았고, 한국에서는 나는 무슨 일을 했었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다른지(위치, 면적, 인구 등)를 이야기해 주어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한국어 두 문장으로 '안녕하세요?'와 '고맙습니다.'를 배워보는 시간도 잠시 가졌다. 수업 중 '고맙습니다.'를 많이 써 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이스 브레이커 시간을 가졌다. 다섯 가지 질문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한국 가이드 북 한 권씩 증정을 하니 조금 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수업의 주요 내용으로는 세 가지를 정했다. 사실 교수님께서는 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므로 한국 경제만 다루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꼭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내용도 넣고 싶었다. 그리하여 수업내용의 전체 주제는 3가지(한국의 경제, 문화, 언어)로 구성이 되었고, 경제와 문화는 '어떻게'에 대해서, 한국어는 '왜'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한국의 경제에 대한 내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짧으므로 한국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어떻게 경제적으로 성장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한국이 큰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꼭 설명해 주고 싶어서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내가 정리해 본 이유는 첫째, 한국 전쟁 이후 자본주의(Capitalism) 도입과자립(Self-Help) 의식, 둘째, 과감한 시장 정책, 셋째, 기업(Entrepreneurs) 투자와 재벌(Conglomerate)의 성장이었다.
한국의 문화에 대한 내용은 한류에 대한 것으로 구성했다. 한국의 드라마(K-drama), 노래(K-pop), 화장품(K-beauty), 영화(K-movie)를 소개하고 최근 인기를 많이 끌고 있는 BTS와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던진 질문, How Korean Culture can be a source of soft power? 지난봄 수업 때는 이 내용을 다루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학생들이 궁금해할 내용인 '높은 인기의 원동력'에 대해 설명해 주고 싶었다.
역시 이에 대한 의견도 여러 문헌을 참고하여 세 가지로 나름 정리를 했다. 첫째는빨리빨리 문화, 그로 인해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지녔다는 점, 둘째는 서울의 힘이 매우 크다는 점, 모든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수도, 서울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인의 정체성이 원래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음'에서는 먹방을, '주'에서는 치맥을, '가'에서는 아이유 노래를, '무'에서는 전통춤과 저스트 절크 춤을 보여주면서 흥미를 더해 주었다.
사실 한국어는 교수님께서 강의를 부탁할 때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문화 중에서 언어의 힘이 가장 크다고 믿기에 한국어에 대한 내용을 꼭 넣고 싶었다. 요즘 한국어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공부를 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한국어가 왜 위대한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에 대해서도 세 가지로 정리를 했다. 첫째, 한국어는 유용하다(Korean is useful)는 점, 둘째, 한글은 쉽다(The Korean Alphabet is simple)는 점, 셋째, 한국어는 미래의 경력에 도움이 될 것(Discover better career prospects)이라는 점,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해 있음 등을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한국은 분명 정말 멋지고 훌륭하고 눈 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모든 사회가 그렇듯 어두운 점도 이야기해 주어야 수업의 내용이 더 풍부해지고 균형이 맞을 거라 생각했다. 이 또한 세 가지로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첫째, 지나친 경쟁 사회, 그것이 주는 좋은 점도 있지만 그로 인해 자살률(Suicide Rate)이 높은 나라, 둘째, 저출산으로 인해 빠르게 나이가 들고 있는 사회(Aging Society), 셋째, 현재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북한과의 관계를 언젠가는 꼭 풀어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수업의 마무리는 나의 희망과 소망을 담아 구성했다. 북한이 있지만 한국은 매우 안전한 나라라는 점, 또한, 한국은 여전히 계속 발전하고 있고 또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오는 만큼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한국에서 또는 한국어를 공부해 보는 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강조하며 나의 이메일 주소와 www.studyinKorea.go.kr 사이트를 알려주는 것으로 모든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수업의 마지막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습니다.'
혹시나? 아니 역시나! 영어는 이번에도 힘들었다. R과 L이 들어가는 단어(entrepreneurs, conglomerate 등)는 미국 친구들과 연습을 했음에도 역시나 수업 때 나의 혀는 위치를 찾지 못하고 방황?을 했다. 수업내용을 영어로 잘 준비했지만 반의 반도 채 말하지 못했다. 영어로 하는 모든 것은 내게 큰 부담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난봄에 이어 이번 가을 학기에도 도전을 받아들였고,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것은 첫 번째 수업보다는 두 번째 수업이 조금 더 나았고 성장했다는 점. 다음 학기에도 재능기부를 할 기회가 주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혹시라도 부탁을 또 하신다면 이번에는 "Yes... of Course."가 아닌 "Sure! Why not?" 대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