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difference doesn't matter in friendship. -Amrita-
나에게는 매주 수요일에 만나는 친구가 있다. 작년 가을에 처음 만났고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남을 가지고 있다. 여름휴가 때 못 만난 기간을 빼고 꼬박꼬박 만나고 있다. 어림잡아도 지금까지 오십 번 이상 만남을 가져왔다. 우리는 한 번 만날 때 2~3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낸다.
작년 가을, 미국에 팬데믹이 심했을 때 나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으로 친구들을 만나긴 했지만 직접 만나서 영어로 대화를 나눌 미국 친구를 찾고 싶었다. 남편과 똘똘이가 집을 나서는 때는 아침 7시 50분, 그리고 오후 늦게 귀가를 하니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가족과는 한국말만 썼고, 한국 프로그램을 즐기며 지내다 보니 가끔 여기가 미국이 아니란 착각?! 마저 들기도 했다. 혼자 집에서 영어를 공부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동네 영어교실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인근 커뮤니티 대학에서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교실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가운 정보였다. 이메일을 보내서 문의를 했고, 팬데믹이었지만 오프라인 수업도 한다고 해서 약속을 잡고 학교로 그다음 주에 찾아갔다. 나를 맞은 사람은 영어 초급반 선생님, 콜롬비아에서 온 외국인 선생님이었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가르친다고 하셨는데 내가 기대했던 영어 선생님의 영어가 아니었다. 남미식 영어 엑센트가 정말 강하게 들렸다.
본인은 주로 남미에서 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 알파벳부터 가르치고 있다고 하셨다. 나는 상급반으로 가야 할 거 같다며, 한 미국 선생님의 이메일 주소를 내게 알려주셨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그 선생님께 이메일을 드렸다. 하지만 바로 온 답장의 내용은 나의 기대와는 너무도 달랐다. 현재 온라인으로만 그것도 영어 문법만 가르치고 있다고 하셨다. 온라인 수업도, 문법 수업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솔직한 심정을 담아 답장을 드렸고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미국 친구를 찾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한 친구분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 주셨다.
그렇게 알게 된 나의 친구, 성함은 넬이셨다. 문자로 인사를 나누고 시내에 있는 몰에서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작년 가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하얀 블라우스와 빨간 귀걸이를 곱게 하고 나오신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셨다. 마스크를 쓰고 만났지만 환하게 웃으시며 내게 인사를 건네시던 모습이 선하다. 또 만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요즘 시간이 많고 혼자 사신다며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다.
넬의 집은 우리 집에서 차로 딱 7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 정도면 미국에서 같은 동네나 다름없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아기자기한 꽃들이 집 앞을 장식하고 있는 빨간 벽돌집이었다. 집 안 곳곳 깔끔함과 단정함이 묻어났다. 벽에는 본인의 그림 작품을 여기저기 아름답게 장식해 놓으셨다. 오십 대에 퇴직을 하셨고 그 이후로는 취미, 교회, 봉사활동을 하시며 생활하고 계셨다. 첫 방문 때 내게 주신 선물은 손으로 곱게 뜬 레이스로 꾸며진 카드 5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름을 여쭈니 태팅이라고 하시며 퇴직 후부터 즐기는 취미 중 하나라고 하셨다.
넬의 취미 중 하나인 태팅 레이스(손뜨개로 매듭을 엮어 만드는 레이스의 일종, 섬세하고 우아한 매력을 지닌다.)
남편께서는 이 십 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고 자녀들은 모두 다른 주에 살고 계셨다. 본인도 어릴 적 소아마비를 겪으셨고 암을 두 번이나 이겨냈다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연세! 대충 짐작하기로는 칠십이 조금 넘으셨을까 했는데 무려 여든다섯이셨다. 만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연세를 물을 기회가 있었는데 1937년에 태어나셨다고 하셔서 "네??? 정말요???" 화들짝 놀라 되물은 기억이 있다.
건강 비결을 여쭈니, 아마도 유전? 긍정적인 삶의 자세?라고 하셨다. 그 어떠한 만성병도 없다고 하시며 매일 챙겨 먹는 약은 비타민제가 전부. 걷기 운동을 매일 할 정도로 건강하시고 운전 실력은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시다. 가끔 나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시켜주시기도 하는데 16세가 되자마자 면허를 취득해 운전을 시작하셨다고. 한 번도 운전을 쉰 적이 없다고 하시니 운전경력이 무려 70년! 아마도 이 보다 운전을 많이 하신 분은 찾기 힘들 듯싶다.
작년 겨울 크리스마스 때, 팬데믹으로 인해 가족 행사도 없었고 어딜 가자니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넬께서 우리 가족 모두를 초대를 해 주셔서 맛있는 음식도 함께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집에는 특별 손님으로 온 강아지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똘똘이가 심심할까 봐 옆집 아저씨께 부탁을 해서 빌려 온 강아지 샘이었다. 덕분에 똘똘이는 샘과 뱅글뱅글 거실에서 서로를 잡는 놀이?!를 하며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재미있게 놀았다. 그날 집으로 와서 쓴 똘똘이의 일기에는 당연히 강아지 샘이 등장을 했다.
(좌) 작년 12월 26일 똘똘이 일기, (중) 올해 초 만들어 주신 치킨 누들 수프
우리는 매주 수요일에 만남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간 있었던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내게 영어도 가르쳐 주신다. 취미활동을 공유하기도 하고 한국의 문화를 소개해 드리기도 하며 종종 서로의 간식을 나누기도 한다. 한국의 명절에는 한국 음식을 만들어서 드리기도 하고 한국 과자를 인터넷으로 구입할 때면 맛보시라며 나누어 드리기도 한다. 올해 초에는 함께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번 재능기부 대학 수업을 앞두고서는 나의 발표 내용과 영어 발음을 검토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퇴직 이후 종종 외국인들과 만남을 가졌다고 하시는 넬. 한 번도 외국 여행을 안 해 보셨다고 하시며 그래서 외국 친구를 사귀고 싶었고 또 미국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하셨다. 아시아에서 온 친구는 처음 사귀어 본다며 내게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하신다. 한글로 '넬' 성함을 쓴 엽서와 한국 가이드북, 지도 등을 챙겨드리기도 했다.
넬께서는 가끔 똘똘이와 함께 먹으라며 내게 쿠키를 주신다. 쿠키가 너무 맛있어서 내가 붙인 별명은 매직 쿠키! 주신 그다음 날 마법처럼 다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매직 쿠키라고 말씀드리니 활짝 웃어주시는 넬. 매주 한 번씩 만나는 넬은 내게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친구다. 더불어 우리 가족 모두의 친구이기도 하다. 늘 가족의 안부를 물어봐 주시기 때문이다. 똘똘이에겐 미국 할머니가 되어 주셨기에 똘똘이의 호칭은 그랜마 넬!
(좌) 올봄에 주셨던 오트밀 쿠키, (중) 지난 가을에 주셨던 땅콩 쿠키, (우) 가장 최근인 3일 전(12/15) 주신 머핀
나의 영어가 부족하고 내 생각과 마음을 모두 영어로 담을 수 없지만 넬과 함께 있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란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신 분. 매주 한 번씩 만남을 가지며 함께 일상을 나누고, 맛있는 간식도 나누는 우리 사이. 나이의 차이는 크지만 마음의 차이는 없는 우리 사이. 그야말로 우리는 진짜 친구, 찐 친구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