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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Dec 29. 2021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아니 대여섯 개

A good name is better than riches.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똘똘이는 별명이다. 본명은 똘똘이가 아니고 따로 있다. 하지만 똘똘이가 태어난 후부터 우리 가족은 실제 이름 대신 똘똘이로 불러왔고 지금은 본명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름이 되었다.


똘똘이가 태어나기 전 태명은 쁨이었다.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태명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할 때 어머님께서 '기쁨이'가 어떨까 제안을 해 주셨다. 그렇게 해서 기쁨이로 태명이 지어졌고 종종 '기'를 빼고 그냥 '쁨아'로 불렀다. 쁨이가 태어나고 나서 별명은 똘똘이로 바뀌어졌다. 왠지 된소리가 들어 간 이름은 부를 때마다 입에 착착 붙는 느낌이다.


똘, 똘아


나도 아들을 낳고 나니 어쩔 수 없이 도치맘이 되었다. 도치맘이란? 자기 자식을 무척 아끼고 귀여워하는 엄마들에게 고슴도치의 '도치'라는 단어가 붙어 생긴 신조어. 우리 아들은 매사 똘똘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똘똘하게 자라라고 지어진 별명인 똘똘이, 세 글자가 긴 것도 아니지만 우리 가족은 똘똘아~라고 하기보단 그냥 똘 또는 똘아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하는 인사는 "똘, 잘 잤어?", 서두르라고 할 때도 "똘아, 얼른 준비해."


미국 사람들도 이름도 줄여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마치 똘똘아~를 똘아~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제니퍼는 '젠'으로, 올리비아는 '올리' 또는 '리비아', 엘리자베스는 '베스'나 '리즈' 등으로 부른다. 애비게일은 '애비' 또는 '게일'로 부르고 캐서린은 '캐시' 또는 '케', 조세프는 '조'를 쓰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두 친구, 베스와 리즈가 전혀 다른 이름인 줄 알고 있다가 알고 보니 원래는 '엘리자베스'로 같은 이름이라고 해서 "What! Really?" 엄청 놀랐었다.


가끔 야생 똘, 똘이 녀석


아무리 도치맘이라지만 똘똘이도 여느 아들과 똑같은 장난꾸러기 아들 중 한 명.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장난치고 싶을 때, 약간 언짢은 기분이 들 때는 야생 동물처럼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호랑이(아마도 고양이)라도 되는 듯, 양 눈을 살짝 치켜뜨고 콧잔등 주름을 잔뜩 만들면서 "크~갸릉 갸릉, 꾸르륵꾸르륵" 소리를 낸다. 야생 동물 한 마리가 집안에 들어온 듯 "캬오~ 캬오~" 거리는 표정이 귀여워서 붙여진 별명은 야생 똘! "어이구, 무서워. 똘아, 예쁜 표정 지어야지." 하면 "엄만 진짜 이 표정이 무서워요?" 되묻곤 한다.


말을 안 듣고 게으름을 피울 때, 게임에 빠져서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을 때, 가끔 내가 하는 소리는 "이 똘이 녀석!". 녀석이라는 말을 안 써야지 하면서도 말을 안 들을 때면 목 끝까지 찼다가 결국 입 밖으로 나오고야 만다. "똘이 녀석, 엄마가 빨리 나오라고 했지?"라고 재촉을 하면 똘똘이의 얼굴 표정은 더 굳어 있다. "엄마, 녀석은 쫌..."라는 말을 듣고 나면 아차차~ "똘아, 미안, 녀석이란 말을 안 쓸게. 근데 조금 서둘러 주면 안 될까?"


똘이 왕자님, 귀염둥이 똘이, 좋은이


가끔 야생 똘로 변한다고는 하지만 금세 다시 귀염둥이 아들로 돌아온다. 소중한 아들을 부르는 이름은 그냥 똘아~ 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다. 똘이 왕자님, 귀염둥이 똘이. 잠자리에 들 때 "우리 똘이 왕자님! 잘 자요."라고 인사를 한다. 가끔 막춤을 추거나 기상천외한 표정으로 엄마 아빠를 웃길 땐 그저 귀염둥이 똘이. 이마저도 줄여서 귀똘!이라고 하니 "귀? Ear?"라고 대꾸를 한다.


요즘 겨울방학 동안 실컷 늦잠 자고, 게임도 많이 하고 밥도 많이 먹고, 그러면서 살이 토실토실 오르고 있다. 엉덩이도 토실토실, 배도 통통하게 살이 쪄 가고 있는 똘똘이에게 "똘아, 토실이나 통통이, 이 별명 어때?" 물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엄마, 그 별명은 약간... 별로성이..." 말끝에 '~성'을 붙이는 건 요즘 우리집의 유행어. 어떤 성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성'은 만능처럼 어디에든 붙는다.


"왜~ 통통이, 토실이, 너무 귀여운데~"

"엄마, 좋은 생각이 났어요. 좋은이 어때요?"

"좋은이?"

"좋은이로 불러 주세요!"

"그래, 통통이, 토실이로 너무 부르고 싶지만, 좋은이가 훨씬 좋아 보인다. 앞으로는 좋은이!"


똘똘이가 새롭게 제안한 좋은이로도 가끔 부르는 요즘, 그래도 내 입에는 똘똘이! 똘이! 똘아! 된소리가 입에 착착 붙는 건 어쩔 수 없다. 똘아~ 별명이 무엇이든 간에 너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똑같단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아니 대여섯 개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몰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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