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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an 03. 2022

말대꾸도 말대답도 모두 좋단다.

사춘기 전 삼춘기 아들

I love his smile, I adore his cuddles, I embrace his cheekiness, I marble at his heart. But most of all, I love that he's my son.


어느덧 새해가 밝았고 똘똘이는 곧 9살이 된다. 이제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더 많아져 버렸다. 당연히(어찌 보면 다행히) 똘똘이의 한국어는 모국어로 아주 유창하다.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지라 영어를 모르면 학교생활을 할 수 없으니 영어도 해야 할 터이지만 여전히 똘똘이에게 한국어는 영어보다 훨씬 중요하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늘 한국어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당연하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미국 누나, 한국에서 온 대학생 형아들과도 가끔 한국어를 써야 한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한국보다 6개월이 빠르기에 똘똘이는 작년 가을부터 3학년을 맞이했다. 한국이었다면 올봄, 3월부터 3학년이 시작되겠지만 말이다. 올 가을에는 벌써 4학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6개월 차이지만 시간이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10대가 얼마 안 남아서 그런 걸까? 3학년이라 삼춘기가 시작된 걸까? 작년 초부터 똘똘이의 말대꾸와 말대답이 슬슬 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무엇을 묻간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말대꾸를 안 하거나 말대답이 없으면 서운할 정도!

말대꾸「명사」
 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그 자리에서 제 의사를 나타냄. 또는 그 말.

말대답(-對答)「명사」
「1」손윗사람의 말에 반대한다는 뜻의 이유를 붙이어 말함. 또는 그런 대답.
「2」묻는 말을 맞받아서 대답함. 또는 그런 대답.

출처: 국립국어원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


요즘 똘똘이는 겨울방학(Winter break)을 보내고 있다. 사실 미국 초등학교의 겨울방학은 방학이라기보다는 휴식(break)이라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릴 것 같다. 여름방학(Summer vacation)에 비해 기간도 훨씬 짧고 1월 초면 금방 개학을 한다. 12월 중순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간 똘똘이는 이번 주 목요일이면 개학이다. 미국 초등학교는 3주간의 겨울방학 기간 동안 방학 숙제가 하나도 없다. 하긴 3개월의 긴 여름방학 기간에도 숙제가 하나도 없었으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 학교에 다닐 때는 7시 30분 이후 바로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야 했다. 똘똘이는 6시 반 전에 일어나서 학교 갈 채비를 했다. 7시 전후가 되면 배가 고프다며 식탁에 앉아 "엄마, 밥 주세요!"라고 말을 했던 똘똘이. 하지만 요즘 학교를 안 가는 똘똘이는 늦잠을 자고 늦게 일어나기 일쑤다. 가끔 아침을 먹기 전부터 게임을 할 땐 밥 먹는 것도 미뤄진다. 하루 이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침 8시가 훌쩍 넘어서 일어나고 있고 아침도 늦게 먹는다.


9살이 되는 3학년 아들, 사춘기 전 삼춘기를 맞은 똘똘이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말대꾸 또는 말대답 4가지는?


1. 그럼 어때요?


아까 일어났는데 아직도 침대? 계속 그러고 있으면 안 되지. "그럼 어때요?"

밥 먹을 시간이야. 엄마 아빠랑 같이 밥 먹자, 혼자 먹으면 되겠어? "그럼 어때요?"

똘똘아 거실로 나와서 같이 있자. 너무 오랫동안 혼자 방에서 있는 거 같아. "그럼 어때요?"


2. 그건 너무 하죠.


이제 게임 그만하고 엄마랑 같이 책 좀 같이 읽을까? "벌써요? 그건 너무 하죠."

요즘 한동안 일기를 안 쓴 것 같아. 새해부터는 일기를 매일 쓰는 거 어때? "그건 해도 너무 하죠."

(애착 이불을 좋아하는 똘똘이) 이제 부드러운 이불하고 굿바이! 해 보는 건 어때? "그건 해도 해도 너무 하죠."


3. 왜 해야 해요?


이제 엄마랑 같이 한글 공부하자. "왜 해야 해요?"

밥을 다 먹었으니 양치질은 바로 해야겠지? "왜 그래야 해요?"

지난 번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좀 읽는 건 어때? "왜 읽어야 해요?"


4. ~라고 말할 줄 알았죠?


엄마하고 뽀뽀하자~ "노! 라고 말할 줄 알았죠?"

밥 맛있어? "아뇨! 라고 말할 줄 알았죠? 근데 콩밥은 약간 별로성이~"

약속시간 다 됐다. 언제까지 게임할 거야? "10시간! 이라고 말할 줄 알았죠? 조금만 더 할게요."


어떨 땐 이 4가지가 연이어 나올 때도 있다.

똘똘아, 계속 방에서 있을 거야? "그럼 어때요?"
지금 나와 봐. "그건 너무 하죠."
(거실로 나온 똘똘이)
엄마랑 같이 책 읽자. "왜 읽어야 해요."
이 책 재미있겠다! "아닌 거 같은데...라고 말할 줄 알았죠?"


말대꾸도 말대답도 잘하는 똘똘이와 계속 말을 이어가다 보면 가끔 대화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가 나올 때도 있다. 왜 그런지, 왜 그래야 하는지를 계속 파헤치다 보면 결국 피식 소리가 나오거나 싱거운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말이 많아지는 만큼 똘똘이의 마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 길어지는 만큼 똘똘이의 생각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너의 말대꾸도 말대답도 모두 좋단다. 앞으로도 계속 말 잘하는 아이로 쑥쑥 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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