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Mar 19. 2022

교류 프로그램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인연은 인연을 만들었다.

If you can connect people, you can create the future. -Scott Heiferman-


교류 프로그램 제안 메일을 받고 해 볼 수 있겠다고 야심 차게 답장을 바로 드리긴 했지만 사실 내게는 걱정이 많았다. 나의 열정!과 열망?만으로는 해 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미국에서 정식 교사가 아니기에 맡고 있는 반도 없고 담당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큰 일을 해 본다고 한 거지?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상황 속에서 과연 희망자가 얼마나 있을는지? 학생들을 모아서 시작한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내내 이탈자 없이 잘 끌고 갈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공립 고등학교에서 추진하는 공식적인 프로그램이 되겠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그 어떠한 구속력도 행사할 수 없는데 중간에 학생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다 빠져나가기라도 한다면 괜히 시작했다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등등.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다.


왜 한국의 김 선생님께서는 브런치를 통해 내게 연락을 하셨을까? 일면식도 없었 내게 어떤 연유로 한국-미국 교류 프로그램이라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제안하신 걸까? 사실 김 선생님의 첫 제안 메일 속에는 그 답이 들어 있었다. 김 선생님이 근무하는 지방의 00 고등학교는 소규모 학교로 그동안 주변 인근 나라의 학교들과 실제로 국제교류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특성화 사업으로 계속 추진하셨다고 한다.


그러던 중 팬데믹이 터지면서 국제 교류 사업은 사실상 중단이 되었고, 이후 온라인 교류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교육청을 통해 연락한 자매결연 국가에서는 모두 연락이 없었다고. 김 선생님께서는 교류 담당교사로서 어떻게든 교류 사업을 성사시키고자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우연히 나의 브런치에서 한국문화 수업에 대한 글들을 보게 되었고 용기를 내어 내게 제안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김 선생님의 교육 열정으로 나에게까지 이어진 이 멋진 인연 그리고 기회. 나는 놓칠 순 없었다. 아니, 놓치기 싫었다. 한국에 계신 열정 가득한 김 선생님, 미국에 있는 나 또한 열정 많은 김 선생님이기에 일단 길을 찾아보면 뭔가 해답이 보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안 이메일을 받고 바로 답장을 드린 후 며칠간은 걱정과 근심이 많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한국 김 선생님과 우리 교류 프로그램의 계획을 계속 짜 나가면서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한글학교와 인근 대학교에 도움을 요청하면 분명 관심 있는 학생들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에는 알고 지내는 한국 학생들이 몇 명 있고, 나와 같이 한국어 공부를 하는 미국 대학생도 있으니 그 학생들을 믿는 마음도 있었다. 대학생들을 잘 독려해서 이번 기회에 한국 클럽도 만들고 교류 프로그램도 추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두 곳의 학교로 세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니 너무 좋은 기회라며 참가 학생들을 적극 모아보시겠다고 하셨다. 온라인 프로그램이니 큰 부담 없이도, 많은 시간 투자 없이도 해 볼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을 드렸다. 한글학교를 통해서 4~5명의 참가자를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참가 학생들의 규모는 20이상이기에 나는 더 많은 학생들이 필요했다. 대학교의 협조를 구하고자 홈페이지에서 담당자 두 분의 연락처를 찾아 이메일을 드렸다.


그러나 바로 답장을 주신 인터내셔널 프로그램 담당자의 회신은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완곡하게 표현을 하셨지만 결론은 우리 대학 말고 인근의 다른 중고등학교를 알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주변의 중고등학교를 안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국의 김 선생님께서 그 어떠한 회신도 못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아무런 대답을 받을 수 없었다. 팬데믹이란 상황 속에서 낯선 교사가 제안한 교류 프로그램을 선뜻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학교는 없었다.  

We do have a small Korean population of students on campus. We utilize our international students often to share their culture. ... I think 00 school or another local school might be a great place to set up a club with the high school students. We are working hard to integrate our on-campus international students with domestic students so I am not sure this connection would be an area we would be interested in working with at this time.

하지만 다른 한 분의 메일은 내게 작은 희망을 주었다. 대학에서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B 교수님께 직접 연락드려 보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왠지 그분이라면 내게 긍정적인 답변을 주시지 않을까? 용기를 내어 B 교수님께 이메일을 드렸다. 바로 답장을 주신 교수님께서는 한번 만나서 우리가 추진하려고 하는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다. 이후 우리 둘은 대학 캠퍼스 내 작은 커피숍에서 만남을 가졌다.


커피숍에서 처음 뵌 B 교수님은 연세가 지긋하신 머리가 하얀 백인 교수님이셨다.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시며 내게 차를 꼭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교수님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B 교수님은 약 10년 전에 한국에서 1년 정도 사신 경험이 있었다. 많은 해외여행 경험이 있지만 모두 길어야 몇 주였고 직접 살아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하셨다. 아직도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이 생생하다며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 보라고 격려를 듬뿍 해 주셨다. 모임 장소가 필요하거나 참가 학생 홍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힘이 불끈 났다.


교수님을 만나고 나서 대학생들 몇 명과도 만남을 가졌다. "선생님!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희도 참여하고 적극 도와드릴게요."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나니 그동안 내가 가졌던 의구심은 다 사라져 버렸다. 내 주위에는 관심과 격려를 보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 해보자! 잘 될 거야! 무엇보다도 내게는 나와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 코드가 딱 맞는 김 선생님이 계시지 않은가.

이전 01화 브런치가 이어 준 기적, 글로벌 프로젝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