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cation - the human connection - is the key to personal and career success. -Paul J. Meyer-
작년에 나에게 있었던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미국에서 했던 많은 일들 중에서 한국과 미국의 학생들 모두에게 큰 추억을 안겨 주었고, 내게도 많은 인연을 선사해 준 일, 그 일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 가지, 다시 생각해도 가슴 벅찬 그 일은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2021년 8월 말, 한국의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신 이후로 우리들은 5개월 간 한국-미국 교류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처음 내게 연락을 주신 이후 9월 내내 우리 둘은 서로 이메일과 카톡, 줌 미팅을 통해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했다. 10~12월, 석 달간 온라인 패들렛 보드, 전체 줌 미팅, 단체 채팅방 문자 교환, 1:1 이메일 및 실제 편지 교환, (한국, 미국 각기) 참여자 오프라인 모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1월 말에 수료식을 실시했으니 장장 5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다.
한국 학생 약 25명, 미국 학생 약 20명, 그리고 선생님을 모두 포함하여 대략 50명의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고등학생들이었고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 선생님은 모두 한국인이었지만, 미국에서 참여한 학생들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었고 국적이 참 다양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학생뿐 아니라 하프 코리안(엄마 한국인, 아빠 미국인) 학생들, 미국으로 유학 온 다양한 인터내셔널 학생들(한국, 일본, 인도, 미얀마, 베트남, 브라질, 방글라데시 등)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브런치에 있는 제안하기 기능을 통해 이메일을 보내 주신 한국 선생님도 나와 성씨가 같은 김 선생님이었다. 김 선생님께서는 지방의 한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의 국제교류 담당 교사였다. 선생님께서는 자세하게 학교의 사정과 국제교류에 대한 제안 내용을적어 주셨다. 이메일을 다 읽고 나자 가슴이 뛰었다. 한국-미국 간 교류는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시다니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미국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알고 지내는 학생들과 한국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잘 찾아 모으면 충분히 진행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 선생님과 함께라면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것 같았다.
답장으로 긍정의 회신을 드리고 나서 얼마 안 되어 김 선생님께서는 바로 또 답장을 주셨다. 나는 또 답장을 드렸고 그렇게 이틀의 시간 동안 3번이나 이메일을 주고받고 카톡 아이디도 교환을 했다. 두 번째 보내주신 이메일에서는 마치 '연예인'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처럼 떨린다는 표현을 써 주셔서 왠지 부끄러우면서도 자꾸 웃음이 났다. 김 선생님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브런치를 통해 이메일로 처음 연락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우리는 마음이 잘 통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김 선생님께서는 국제교류 관련 자료가 들어있는 교육청 자료집 여러 개를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나니 왠지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상황들이 어려워졌지만 온라인 세상이 있기에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자유롭게 해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김 선생님과 9월 한 달 동안 정말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직접 만나서 모임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이메일, 카톡, 줌 미팅을 통해 충분히 서로 신뢰를 쌓고, 의견을 교환하고, 계획을 수정 보완해 가며 프로그램의 최종 틀을 마련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서로 더 친해지는 시간을 거친 후 탄생한 이름은 바로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추신: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이름(지역, 학교, 학생, 교사 등)은 밝히지 않고자 합니다. 팬데믹이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한국-미국 간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지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