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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5월은 참으로 특별하다. 날씨도 기온도 모두 좋아 특별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여러 가지 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날들 중 나는 교사/학부모의 입장에서 왠지 스승의 날이 조금 더 의미 있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도 스승의 날이 있을까?아주 똑같진 않지만 있다고 해야 할 거 같다.미국에는 스승의 날과도 같은선생님 감사 주간이 5월 첫 주(월~금)에 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 금지법·김영란법)이시행된 이후 한국의 '스승의 날' 풍경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커피 등의 음료수는 물론 아주 작은 선물조차도 담임 선생님께 절대 드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는 주간인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는 매일다양한 방식으로 감사와 선물이 선생님께 오고 간다. 몇 년째 접하면서도 아직도 놀라는 풍경들에 대해 공유해 본다.
5월이 시작되면 스승의 날과도 같은 날들이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 그 무렵 꼭 올라오는 질문과 대답이 있다. 선생님의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에 대한 것이다. 열흘쯤 전 지역 커뮤니티 SNS에 아래와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한 학부모께서 선생님들께 학생이나 가정으로부터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질문을 한 것이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이런 질문이 올라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어떤 대답이 달릴까 궁금해졌다.
이후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놀랍게도 부정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그동안 받았던 선물들을 공개하기도 했고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해서 추천해 주기도 했다. 몇몇 학부모들은 추천 선물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주는 사이트 링크를 남겨주는 경우도 있었고 친절하게 온라인 판매 사이트 주소와 제품 사진을 함께 올려준 경우도 있었다. 미국의 문화는 한국과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런 질문과 대답이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은 내게 놀라움을 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똘똘이네 초등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5월의 첫날, 아래와 같은 안내가 두 곳을 통해 이루어졌다. 학교 비서의 이메일과 학부모회 회장의 학교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거의 동시에 전달되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학부모들은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선생님 감사 주간이니 음식 또는 돈을 기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주제로 선생님과 교직원들께 감사를 표현해 달라며 자세한 내용을 표 안에 넣어 안내했다.
월요일은 담임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기, 화요일에는 담임 선생님께 꽃을 선물해 드리기, 수요일에는 과자나 음료수로 담임 선생님께 대접해 드리기, 목요일에는 담임 선생님께 쪽지 또는 그림으로 감사의 마음 전하기,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는 학교 티셔츠나 학교 색깔의 옷을 입어서 학교 사랑 표현하기였다. 그런데 똘똘이 담임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색깔이 뭐지? 아들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빨간색?
그렇게 월요일과 화요일이 지나가고 학부모회 페이스북에는 또다시 관련 안내가 올라왔다. 학부모 회장인 한 학부모께서는 아래와 같이 수요일과 목요일에 대한 준비사항을 공지하며 모든 학부모님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구체적인 음식명과 필요 수량을 명시하며 선생님들께 대접할 음식 준비를 할 자원봉사자 학부모들을 모집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공지 내용도 놀라움 그 자체였지만 그 글에 달린 댓글의 내용은 더 놀라움이었다. 30명 이상의 학부모들이 댓글을 남겼는데 선생님들을 위해 언제 어떤 품목의 음식을 가지고 학교로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몇몇 학부모들은 돈을 온라인으로 입금했다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께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다양한 방법과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선생님 감사 주간 중 삼일이 지나고 목요일에 다시 공지가 올라왔다. 선생님들께 아침과 점심을 대접해 드렸다며 여러 장의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혹시 바빠서 음식 준비에 참여할 수 없는 학부모들을 위해 재차 온라인 계좌 입금을 안내하는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선생님 대접에 쓸 돈을 직접 입금하라는 안내라니, 한국에서 온교사이자 학부모인 나는 아직도 너무 어색하고 적응되지 않는 문화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 다른 주제로 선생님을 생각하며 등교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똘똘이 담임 선생님에 대한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음식 준비를 도와드릴 여건이 되지 않아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감사 카드와 예전부터 드리고 싶었던 조그마한 한국 기념품 및 초코파이를 선물로 전해 드렸는데 두 분 모두 "땡큐!" 하며 기쁘게 받아주셨다.
왠지 5월 첫 주가 길게 느껴질 무렵, 목요일 오후에 또 학부모 회장의 공지 내용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목요일 점심으로 미국의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중 하나인 올리브 가든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선생님들께 대접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일은 선생님 주간의 마지막 날이라며 내일 점심도 학부모회에서 대접해 드릴 거라는 내용도 함께 있었다.
선생님 주간 동안 아침 또는 점심 식사의 형식으로 선생님들께 대접하는 행사가매일같이 이루어졌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그렇게 한 주가 모두 지나고 선생님 주간과 관련한 마지막 글이 공지되었다. 모든 선생님과 교직원들이 학부모들의 대접에 기뻐했다며 학부모들의 도움과 기부에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에는 다른 학부모들의 댓글이 많이 이어졌다. 학부모회에 감사한다는 내용, 학부모 회장께 수고했다는 내용,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을 대접할 수 있어 기뻤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 주간 동안 아무런 거리낌 없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물질적으로, 시간적으로, 마음적으로 표현하는 미국 초등학교의 학부모 문화가 나는 아직도 놀랍고 어색하다. 5월 초가 되면 미국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선생님들께 감사를 표현하고 선생님들은 그 감사에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런 풍경들은 내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적응이 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